언론사주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심사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이 피의사실 공표죄를 들어 영장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근거한 피의사실 공표금지는 피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한 법을 무시하고 영장 내용을 공개해 오다가 유독 언론사주에 대해서만 ‘인권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 ‘법 적용의 원칙과 형평을 잃은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사주의 인권은 보호할 가치가 있고 힘없는 다른 피의자의 인권은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는 지적이다.
형법 126조는 ‘수사관계자들이 기소전 피의사실을 공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치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거의 모든 주요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이를 지키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총재 시절인 지난 89년 서경원 전의원 방북과 관련 검찰에 소환됐을 때나 최근 정치자금과 관련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소환됐을 때 검찰이 혐의 내용을 언론에 알려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되기도 했으나 검찰이 이 법을 근거로 관련자를 기소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이런 검찰과 법원의 태도에 대해 박형상 변호사는 “일반 사범이 아닌 언론사주라는 공인의 탈세 혐의인 만큼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최소한 영장 요지라도 공개하는 게 옳다”며 “영장내용을 공표해 왔던 전례와 비교하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검찰출입기자는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검찰도 고심을 했겠으나 영장내용을 공개했던 그간의 관행을 볼 때 논리가 궁색하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또 “그간 실정법을 위반하며 기사를 썼던 언론도 피의사실 공표로 고소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검찰과 법원의 이번 조치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앞으로 다른 모든 형사사건에서도 이런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