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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은 노동당 간부' 공격하던 언론

'증거 없다' 판결나자 단순보도 그쳐

김상철 기자  2001.08.25 11: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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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법원이 송두율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황장엽씨의 주장은 진실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언론 보도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는 23일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학 교수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송 교수가 김일성을 면담하고 수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인정되나 노동당 후보위원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황씨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황씨의 주장은 송 교수가 북한의 지시를 받아 대남 공작활동을 해온 자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어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황씨 주장은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작성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북한 대남담당 비서인 김용순에게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를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며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송 교수는 안기부 산하 통일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자에서 황씨가 자신을 ‘김철수라는 가명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하자 98년 10월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내용을 24일자 신문들은 사회면 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기사로 다룬 한겨레를 제외하면 대부분 2∼3단으로 처리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제목에서 송 교수가 노동당 후보위원이 아니라는 내용보다 황씨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내용을 더 부각시켰다. 중앙일보는 초판에 송 교수 패소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시내판에서 ‘송두율씨 북 김철수 증거 없다’로 바꿨다. 반면 가까운 사례로, 지난 4월 조선일보는 황씨가 지난 99년 재판부에 제출한 ‘송 교수가 91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용순 비서 등의 추천으로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 황씨로부터 주체사상 교육을 받았다’는 황씨의 답변서 내용을 요약·게재한 바 있다. 또 4월 국회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관련 사설을 싣기도 했다.

이 때문에 송 교수는 23일 안상운 변호사측에 보낸 서신에서 “황씨 주장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본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에 걸쳐 파상적으로 전개된 조선일보가 주도한 여론재판과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서 명확히 드러났다”며 손해배상 부분에 대해 항소할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상운 변호사도 “황씨가 배상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송 교수는 김철수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판결의 본질이라는 점은 너무도 자명하다”면서 “그동안 황씨 주장과 한나라당 공세를 통해 끊임없이 문제 삼아왔던 언론이 이번 판결을 외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변호사는 아울러 “98년 관련 기사를 보도했던 월간조선과 한나라당측에 추가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