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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은 '홍수' 분석비판은 '가뭄'

방송 정치보도 여야입장 '중계' 머물러

박미영 기자  2001.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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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정치뉴스에 ‘분석’은 없고 ‘공방’만 넘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노조(위원장 노웅래)는 20일 발행한 노보 ‘고사 위기의 정치뉴스’에서 “정치 관련 기사들은 뉴스의 신뢰도와 공정성 등 가장 중요한 덕목들을 평가하는 주된 잣대”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최근 정치뉴스가 방송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유권자인 시청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분석과 전망, 비판적 시각의 보도보다는 여야공방을 중계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보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46일간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된 정치 관련 뉴스는 모두 68건. 하루 평균 1.5건이었다. 이는 하루 평균 26꼭지가 방송된다고 할 때 5% 정도의 수치. MBC노보는 “이 시기 여야 의원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분주했던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특히 MBC노보는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2건이 여야 공방과 정치권 반응 보도였으며, 나머지 27건이 여야의 경제협력, 법안 발효, 대통령의 정책 언급 등 스트레이트 기사였고,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는 기사는 10건 미만이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은 방송 3사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S와 SBS 정치뉴스를 살펴본 결과 정치 관련 뉴스는 각각 60건 내외였다. 이중 여야 공방 기사만 각각 20여건에 이르렀다. ‘세무조사 정치권 문건 공방’(7.2), ‘여야 색깔론 공방’(7.2), ‘여야 언론조사 공방’(7.3), ‘여야 혁신위 해체 공방’(7.11)<이상 KBS>, ‘안정희씨 죽음…미묘한 여야 신경전’(7.16), ‘여야 국세청장 면담 공방’(7.17), ‘여야 이총재 정계은퇴 공방’(7.26), ‘여야 인천공항 수사 공방’(8.12)<이상 SBS> 등 방송사들은 그동안 쟁점이 됐던 사안들을 대부분 여야 공방으로 다뤘다.

이같이 방송 정치뉴스가 공방위주로 흐르는데 대해 한 기자는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하고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해야 하는데 여야 양쪽 눈치를 보게되는 게 현실”이라며 “조금만 한쪽으로 치우친다 싶으면 ‘음모’ 운운하며 항의방문을 오는 상황에서 정치뉴스가 소극적으로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기자는 “새로운 정치뉴스의 영역을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쉽게 양쪽의 입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을 분석하고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