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을 무시한 ‘사실’이라는 이름의 보도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이번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통일부 공동기자단과 별도로 참가한 민족21, 오마이뉴스 등 7개 대안매체 기자들은 지난 23일 모임을 갖고 언론이 민간교류의 성과는 무시하고 일부 돌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영민 민족21 기자는 “김일성 밀랍인형 앞에서 눈물을 흘린 한 인사는 민주화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아들을 떠올리며 여러 장소에서 감정의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그 눈물의 의미나 당시 정황을 무시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만 보도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진실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치관 통일뉴스 기자도 “있는 사실을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곡해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들은 특히 이같은 참석자들의 돌출행동을 통일부 기자단으로 구성된 공동기자단 역시 단순 해프닝으로 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 취재기자의 기사가 데스크를 거치면서 왜곡됐다는 것. 김치관 기자는 “공동기자단 역시 현지 실정을 잘 모르는 서울에서 혹시 부풀려 다뤄질 소지를 감안해 최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만경대 사건이 데스크를 거치면서 일간지 1면을 장식하는 등 의도적으로 부풀려졌고,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서울에 도착한 이후에는 당시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내용들까지 거론하며 확대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통일대축전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이 기자들은 기존 언론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무엇보다 성격이 다른 단체가 참여하면서 일부 의견조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 민간교류의 성과가 간과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순택 오마이뉴스 기자는 “내년 민족공동행사 때 북측 대표단의 서울 방문이 합의됐을 뿐 아니라 각 부문별 모임을 통해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방안이 도출되는 등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왔으나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박영률 말지 기자는 “남쪽의 매카시즘적 광풍 때문에 즐겁고 마음 터놓는 자리가 부담스럽게 진행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권우성 시민의 신문 기자는 “정상회담 직후에는 통일상업주의로 흐르다가 이제는 안보상업주의로 돌변했다”고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 기자들은 23일 성명을 내고 “이번 평양행사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몇몇 대표단의 우발적인 행동을 침소봉대하고 평양행사가 낳은 역사적인 성과는 철저하게 무시하는 것이었다”며 ▷평양행사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과장, 왜곡보도는 즉각 시정돼야 하며 ▷정부는 남측 대표단에 대한 사법처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 기자들은 “대안언론매체로서 일부 언론의 과장, 왜곡보도에 맞서 진실을 보도하고 진상을 밝혀 나가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