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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냐 생시냐"

SBS 보도국 간부에 '한달 휴가' 명령

서정은 기자  2001.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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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기자들도 못쓴 휴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여름휴가철이 끝나고 있는 요즘 SBS 보도본부에 때아닌 휴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SBS 노사가 휴가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각 본부장이 부서원들의 휴가를 명령하는 ‘휴가명령제’에 전격 합의한 뒤 휴가사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긴 했으나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여온 보도본부는 최근 간부들에게 한달씩의 휴가를 명령했다.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해 휴가를 사용하라는 취지. 이에 따라 각 CP(팀장)들과 부국장, 해설위원들은 8월부터 올해 말까지 돌아가면서 휴가를 신청, 현재 김천홍 기획취재CP가 휴가를 떠났고 김벽수 부국장이 27일부터, 이선명 사회1CP가 30일부터 한달간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평기자들도 자기 부서 상황에 따라 20∼30여일씩 남은 휴가를 매달 일주일 또는 이주일씩 나눠서 가기로 했다.

10월에 휴가를 보낼 예정인 한 CP는 “84년 언론사 입사 이래 이같이 파격적인 휴가는 처음”이라며 “여름휴가 일주일이 고작이고 이마저도 신청하려면 눈치를 봤는데,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건강을 회복할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CP들이 휴가를 떠난 동안 각 팀은 팀장대행 체제를 가동, 선임데스크나 차장들이 돌아가면서 팀장을 대행한다. 사회 1·2팀의 경우 1CP가 휴가인 동안 2CP가 두 팀을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 CP는 “돌발사안이야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 큰 이슈들은 정해져있거나 예측가능하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를 잘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조직이 특정 개인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조직 자체로서 운영되는 시스템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CP는 “일처리에 무리가 없을지 불안한 마음도 있으나 어쨌든 한번 해보자고 결의한 만큼 휴가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기회로 삼아 다른 언론사에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부 한 기자는 “간부들과 동료들이 일제히 휴가를 가면 일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이는 그동안 휴가를 너무 안썼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제대로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택 노조위원장은 “휴가명령제가 도입됐지만 이번에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간 기자들이 많아 노조가 여러차례 지적을 해왔다”며 “이번 보도본부의 조치를 적극 환영하면서 예정대로 기자들이휴가를 사용하는지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