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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만 자료준다" 불만 폭발

한나라당 1진기자 이회창 총재 취임 3주년 오찬 불참

김상철 기자  2001.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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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출입하는 1진 기자들이 최근 국감 관련 자료가 조선일보에 집중 제공되는 것에 항의하며 30일 이회창 총재 취임 3주년 기념 오찬에 불참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이른바 ‘한-조 동맹’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각 사 한나라당 출입 1진 기자들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국감 관련 자료가 조선일보에 주로 제공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 취임 3주년 기념 오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념 오찬은 한곳을 제외한 전 언론사 1진 기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관련기사 4면

이날 오전 회의와 관련 한 출입기자는 “일련의 국감자료 보도를 놓고 서로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자료를 요청했으나 해당 의원들이 ‘자료가 없다’, ‘모른다’고 밝히고 조선일보에만 제공한 경우가 취합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기자는 “한 의원에게 자료를 요청했지만 ‘조선일보에만 주겠다’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기자들이 사전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조선일보에 집중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사례로 기자들이 제시한 것은 조선일보 27일자 ‘영장 없는 계좌추적 급증’, 30일자 ‘국정원 감청 급증’ 기사 등이다.

이 때문에 한 기자는 “전혀 모르고 물 먹은 경우도 아니고, 일반적인 취재·보도의 룰에 어긋난 것으로 판단했다”며 “적어도 이같은 사례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기자들의 인식을 보여주기 위해 1진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진 기자들 회의는 국감 자료 제공이 조선일보에 집중된 데 대해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높았으나, 의원들 개개인이 선호하는 신문에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 행사 불참 문제는 각사 판단에 맡기자는 쪽으로 논의가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한나라당에서 통영 적조현상 방문 일정이 잡혔다가 취소되는 바람에 1진들이 다른 약속을 잡아놓은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원 불참 방침이 관철된 셈”이라며 “유일하게 참석했던 1진 기자도 오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논의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찬에 참석한 기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변인이 공식 해명에 나섰고, 이 총재도 특별히 이 문제를 지칭하지 않으면서 ‘다 본인의 불찰’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30일 “최근 당의일부인사가 특정신문에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해서 말썽이 일고 있다”며 “당에서 공식적으로 특정 언론사에만 특정 자료를 준 적은 없다. 당에서는 단 한번도 그런 결정을 한 적도 없고, 일부 인사의 자의적인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