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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보도 원칙 없이 '우왕좌왕'

김상철 기자  2001.09.01 00: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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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에 해빙의 바람이…’, ‘화해·평화·번영의 큰 걸음’….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면서 언론은 이렇게 의의를 전했다. 바로 1년 전인 99년 6월 ‘서해교전’ 사건 때는 ‘북한은 더 이상 모험 말라’, ‘햇볕정책 최대 위기’라고 흥분했었다.

지난해 8월 방북한 남측 언론사 사장단은 ‘남북언론기관들의 공동 합의문’을 체결했다. ▷민족의 단합과 통일에 도움이 되는 언론활동 실현 ▷화해와 단합을 저해하는 비방 중상 중지 등이 주 내용이었다. 1년 후 언론은 8·15 통일축전을 접하며 ‘대북정책이 남남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한 북한 담당 기자는 “이념 지향성의 차이를 인정한다 치더라도, 적어도 보도에 있어 ‘자기 일관성’은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언론의 대북보도는 최근에도 사안 별로 ‘널을 뛰는’ 양상을 되풀이했다. 99년 서해교전 당시 언론은 ‘정부당국은 심각한 사태 발생과 북측의 보복선언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만 되뇌고 있다’(세계)고 비판하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추상론 역시 사상을 의심하게 만든다’(조선)고 지적했다. ‘북한은 더 이상 모험 말라’(중앙)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1년 뒤 남북정상회담과 언론사 사장단 방북을 기점으로 ‘한반도 새역사 함께 만들자’(조선), ‘경의선 연결 서두르자’(중앙), ‘냉전의식부터 청산하자’(대한매일) 등 언론은 화해와 통일의 기운을 북돋는 데 중점을 뒀다. ‘북한의 변화와 현실인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동선언의 후속조치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후속조치’에는 남북언론 합의문도 포함됐다. 보도 역시 ‘남북 언론은 사실을 각자에 유리한 쪽으로 취사 선택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국민)며 이번 합의가 획기적인 관계 진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올 5월 대북보도에 대한 언론의 또다른 상업주의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제기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씨가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사건이 그것이다. 언론은 또다시 ‘언제까지 이상한 나라?’(동아), ‘위조가 상습적인 나라’(조선), ‘북 특권층 자녀 외제치장 성골행세’(문화) 등 그 배경을 놓고 추측 기사를 쏟아냈다. 이같은 태도는 결국 ‘나라 망신시킨 민간 방북단’,‘남남 갈등’, ‘대북정책 재점검’ 등을 거론한 8·15 통일축전 관련 보도로 이어졌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언론이 대북보도의 원칙을 세우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위기나 시류에 따라 ‘안보 상업주의’에서 ‘통일 환상주의’까지 철학 없는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일용 연합뉴스 논설위원은 “북한 언론의 경우 정상회담 이후 대남 비방, 중상이 현저히 사라진 게 사실”이라며 “유일한 남북언론 합의사안인 공동합의문을 어느 쪽이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짚어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