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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성적 주체성 진솔하게 드러내겠다"

문화일보 '여성주의' 지면구성 눈길

박미영 기자  2001.09.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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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스로 자신의 성적 주체성을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입니다. 그래야 남성도 여성의 억눌리고 감춰진 욕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비로소 쌍방간의 진정한 사랑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매체나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문화일보가 오는 3일부터 연재할 릴레이 소설, ‘여성들이 원하는 성과 사랑’을 소개하며 문화일보가 낸 ‘사고’의 일부분이다. 종합일간지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같은 주제가 문화일보 지면에 등장하자 언론계 안팎에서는 문화일보의 ‘여성주의적’ 접근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를 위해 전경린, 배수아, 차현숙 등 문단에서 ‘잘 나가는’ 여성 작가 3명을 섭외했다. 이 작가들이 차례로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원하는 성과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달 씩 릴레이로 집필하고, 3개월 후에는 다른 여성작가들이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특히 소설에 들어가는 삽화 역시 화단 내 여성운동을 주도하는 모임의 동인들인 윤희수, 류준화, 정정엽 등 여성화가 3명에게 맡김으로써 여성주의적 시각을 분명히 했다.

문화일보의 이같은 시각은 그 동안에도 조금씩 지면에 반영돼왔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여성’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더라도 면 제목을 ‘생활’ 또는 ‘라이프’ 등으로 붙인 것과는 달리 문화일보는 그동안 ‘여성’면을 별도로 운영해왔다. 나아가 문화일보는 최근 이 ‘여성’면의 문패를 ‘남과 여’로 바꿨다. 여성문제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 해결책은 여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에서다. 결국 여성은 대상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반쪽의 주체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문화일보가 지난달 2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 <10대 성매매 보고서-선영이의 고백>에서도 이같은 시각은 드러난다. 많은 신문들이 10대의 성매매를 다루기는 했으나 문화일보의 경우 성매매의 구조적 문제를 여성의 입장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시각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 릴레이소설을 기획한 유숙렬 생활건강부장은 “그동안 여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 사랑에 대해 말하지 못했고 남성들은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 연재 소설은 여성 독자만이 아니라 남성 독자들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의 새로운 시도가 보수적인 신문시장에서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순항’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