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노래방에서의 주부 접대부 고용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신분을 숨기고 노래방에 들어가 접대부 아줌마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 지 10여분만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에서 잠행 취재를 하는 만큼 각별히 주의를 했는데도 금새 신분이 들통난 것이다. 접대부 아줌마 왈, “거동(?)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얼굴에서 왠지 그런 냄새가 풍기더라”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몇 번이고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며 어디서 기자 냄새가 나는지를 살폈지만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대신 거울 속에는 고운 기는 가시고 나이든 티가 조금 나는 30대 중반의 남자 한 명이 서있을 뿐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가능하면 기자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고 기자의 습성이 몸에 젖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을 했건만 나도 모르게 얼굴에 기자라는 글씨가 아로새겨진 모양이다. 취재원이나 출입처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에는 본능인양 거부감을 느끼고, 또 이를 개선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나 자신이 그들처럼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눈을 돌려 광주 전남지역 신문사에 근무하는 동료, 선후배 기자들의 표정을 보노라면 나의 이 같은 ‘인상관리’ 푸념은 호사인 듯 싶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많은 언론사가 존재하는 탓에, 또 몹쓸 IMF 탓에 빠듯해진 월급과 가혹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는 지방 신문기자들의 얼굴에서는 언론인의 사명도 의욕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자로서의 권위와 품위도 실종된 지 오래다. 기자라고 뽐내고 어깨에 힘을 주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은 아득한 전설 속의 얘기가 되고 말았다.
지방 언론사 세무조사와 선별적인 퇴출설 등으로 어수선하다. 그러나 이들 조치가 언론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인위적인, 법적인 조치도 좋지만 우선은 지방지 기자들이 의욕적으로 감시와 견제 기능에 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어렵지 않은 문제다. 상식적인 수준의 임금과 근로 조건이면 된다. 하루라도 빨리 동료 기자들의 얼굴에서 생기와 의욕을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