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법상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열린채널’이 보험가입을 둘러싼 불합리한 운영으로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KBS는 최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제작한 ‘농가부채특별법 그후…’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상 손배보증보험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 편성을 유보했다. KBS는 프로그램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비해 제작자가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시민단체에서는 “보험의 의무 가입 규정은 시청자들의 자유로운 제작을 가로막음으로써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보험가입 의무 규정이 새로운 형태의 검열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8월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에서 전농과 정대협의 프로그램을 같은 날 심의해 통과시켰는데 KBS는 정대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보험없이 방송했으나 전농 프로그램은 민감한 내용이라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보험가입을 요구했다. 송덕호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 위원(민언련 대안TV 대표)은 “어떤 프로그램에 대해 KBS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며 제작자에게 보험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내용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자 검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보험 가입 규정에 대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7일 성명을 내고 “KBS ‘열린채널’에 방송된 프로그램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제작자에게 있고 제작자가 이를 약속하는 서약서를 제출하는 이상 KBS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에서 손해보증보험 의무 가입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만약 법적 책임 때문에 이 규정이 꼭 필요하다면 보험료를 방송위원회의 방송발전기금으로 납부하거나 KBS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방송위와 KBS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KBS는 보험료를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방송위원회는 손해배상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의 보험료는 방송발전기금으로 지원할 사항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결국 제작자가 KBS의 법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3년 동안 360만원이라는 고액의 보험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