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이 한국 언론상황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국제언론단체들의 내한 활동과 기자회견 내용 등을 정부 세무조사에 대한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과장 또는 축소 보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세무조사로 사주가 구속된 조선과 동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 언론사 소유·경영진과 발행인·편집간부들의 이해를 대표하는 국제언론인협회(IPI)와 세계신문협회(WAN)의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한 정부 비판은 대대적으로 보도한 반면, 현업 기자들의 단체인 국제기자연맹(IFJ)의 활동에 대해선 축소보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조선의 경우 지난 7일 IPI가 한국을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1면 중간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기자회견 내용을 관련기사로 5면에 배치했다. 조선은 또 같은날 ‘언론탄압 감시 대상국’이란 제목의 사설도 게재했다.
그러나 조선은 IFJ의 기자회견 결과를 8일자 초판 2면 1단 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은 특히 IFJ의 회견 내용 중 언론개혁 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에 초점을 맞췄을 뿐 “한국언론이 일반적인 언론자유가 보장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나 “민주선거를 통해 세워진 정부의 세금 부과와 납세 시행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언급은 외면했다.
동아 역시 7일자 신문에 IPI의 언론탄압 감시국 지정 사실을 1면 중간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모두 3꼭지에 이르는 관련 기사를 A3면과 4면에 잇따라 배치했다. 동아는 또 8일자 초판 신문에 IPI와 WAN 조사단이 자사를 방문한 사실을 후속기사로 다루고 ‘부끄러운 ‘언론탄압 감시대상국’’이란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그러나 동아는 IFJ 조사단 기자회견은 ‘“한국언론자유 보장 확인”’이란 제목을 달아 2면 1단 기사로 처리했다. 동아는 조선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세금 부과와 납세 시행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은 취급하지 않았다.
조선과 동아는 또 IPI가 8일까지의 조사일정도 끝맺지 않은 채 서둘러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시민단체와는 면담하지 않은 점 등 조사의 편파성 논란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다.
이런 두 언론사의 보도태도와 관련, 언론계 안팎에선 “세무조사에 대한 자사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국제언론단체의 입장만을 대서특필하는 편향된 보도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언련은7일 성명에서 “언론사주나 거대 언론의 입장에서 편향된 훈수를 두는 IPI도 문제이지만 이 단체의 기자회견 사실을 대서특필해 아전인수식으로 활용하는 신문들의 사대주의적 보도태도는 국민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언개연은 같은날 성명에서 “IPI 조사단은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요청에 의해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형식적인 면담을 갖겠다고 응해왔을 뿐더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면담요청에는 아직 응답을 보내주지 않고 있다”며 국제언론인협회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경향은 7일자에 크리스토퍼 워렌 IFJ회장이 자사 장준봉 사장 등과 면담한 사실을 ‘IFJ “세무조사 공개 높이 평가”’란 제목을 달아 자사 세무조사 공개사실을 부각시키는 보도태도를 취했다. 한겨레는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IPI의 이번 조사는 물론, 과거 국내 언론상황과 관련한 조사결과의 편파성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대한매일은 7일자 2면에 IPI의 회견 내용과 이에 대한 국정홍보처의 반박을 함께 다룬 데 이어 8일자엔 IFJ의 회견 내용 등을 비중 있게 취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