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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과 '주55시간'의 차이(?)

조선, 노동시간 '세계 최장'서 '주 55시간'으로 제목 교체

김동원 기자  2001.09.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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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주 5일근무시 휴일수 발표땐 ‘세계 최다’로 표현





“한국 근로자 노동시간 세계최장”과 “한국 근로자 주 55시간 일한다”의 차이는 무얼까.

전자가 글자 그대로 한국의 노동자들이 타국과 비교할 때 가장 긴 시간 노동할 정도로, 근로여건이 아직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 후자는 한국 노동자들의 주당 노동시간의 수치가 얼마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지난 3일자 국제면에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로퍼 스타치 월드와이드가 세계 32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당 평균노동시간 조사결과 한국이 55.1시간으로 가장 길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워싱턴포스트지를 인용, 보도하면서 초판 기사제목이던 ‘…세계최장’을 시내판에선 후자의 ‘…주55시간’으로 바꿨다.

조선이 기사의 부제를 ‘조사대상 32개국중 최장’으로 뽑은 데서 보듯, 실제 조사대상국이 32개국이었던 만큼 ‘세계최장’이라고 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해당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한국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55.1시간을 일해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리드(lead)’라고 일컬어지며 기사의 핵심내용을 압축해 담는 보도(스트레이트)기사의 첫 문장이고 보면, 제목 또한 초판의 ‘…세계최장’이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지를 인용 보도한 다른 신문들은 ‘세계최장’ 또는 ‘세계 1위’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반면, 조선은 지난달 6일자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현행 연·월차 휴가와 노사간 약정휴가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휴일수는 165∼175일에 달해, 세계 최다수준의 휴일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대한상의의 주장을 다룰 때는 ‘연휴일 141∼151일 ‘세계최다’’를 주제목으로 뽑았다. 이 기사의 리드에는 ‘세계최다’ 등의 표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핵심’을 뽑아낸 것이다.

그러나 대한상의의 이 보고서 내용은 ▷선진국에도 약정 휴가가 있고 미국의 경우 최장 7주에 이르는 곳도 있으며 ▷약정 휴가 중 노조창립일의 경우 휴무하지 않은 기업이 많고 ▷전체 노동자의 53%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경우 연월차 휴가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 등을 외면한 결과라는 노동계의 반박에 부딪혔다.

조선의 이런 보도태도와 관련해 노동계의 한인사는 “국내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희석시키는 태도”라며 “주 5일 근무제 실시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사용자쪽 입장에 기울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