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론개혁에 대한 지원과 한국 상황에 대한 조사연구를 위해 방한한 국제기자연맹(IFJ) 대표단 3명은 7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IFJ 서울총회에서 100여개국 참석자 모두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문 내용대로 한국의 언론개혁은 지연돼서는 안될 급박한 과제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언론기업 소유주들이 언론의 자유를 기업 경영상의 이익과 혼동할 때 그 언론기업들은 언론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정부가 조세관련법을 이용해 언론기업들에 대해 부당하거나 과도한 주의를 기울인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우리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IFJ가 한국 기자들을 돕기 위해 ▷한국 언론자유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후속 대표단 파견 ▷IFJ 전 회원들에 대한 한국 언론개혁 과정 보고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
-6일 IPI와 WAN이 기자회견을 갖고 IFJ와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는데.
“IPI가 언론사 편집인과 경영진들의 단체라면 IFJ는 일선 기자들을 대표하는 모임이다. 언론자유를 중요한 이슈로 삼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언론기업의 개별적 이해관계와 기자들의 언론자유를 혼돈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IPI가 한국을 감시대상국으로 포함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한국을 감시대상국에 올리는 것보다 건설적인 방법이 있다. 민주주의의 완성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언론단체가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언론상황에 대해 어떤 시스템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스스로 적합한 시스템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IFJ와 IPI가 한국 언론상황을 놓고 대리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내정간섭은 아닌지 우려도 된다. 개입을 중단할 생각은 없나.
“한국 언론상황은 세계적인 관심사이며 IFJ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IFJ는 외국에 존재하는 어떤 기구가 아니라 한국 기자들을 포함한 전세계 일선 기자들의 대표체다. IFJ는 한국의 언론자유와 언론개혁의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특히 한국 기자들의 역동성에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개혁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언론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과제들을 살펴보면 우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들 수 있다.
또 기자와 편집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기업의 이해관계와 기자의 독립적 역할도 구분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언론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사주와 기자들의 의견이 양분돼 있고 국제단체들도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예가 있나.
“언론계에는 서로 다른 집단이 있고 이들마다 관심사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국제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의견이 갈리는 경우는 드물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부회장으로 있는 IPI의 이번 방한을 순수하다고 볼 수 있나.
“다른 기구의 의사결정 과정과 내용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IPI가 어떤 결정을 표명할 때 순수한 뜻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우리는 IPI와 논쟁을 벌이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 아니다.”
-오늘 성명에서 ‘한국정부의 언론탄압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은 안타깝게도 언론과 관련한 두가지 이슈가 혼동돼 있다. 하나는 기업의 경영에 대한 세무조사 등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개혁운동이다. 이 두가지를 같은 이슈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기자들이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를 항상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언론사도 정당한 법집행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에서 세무조사는 문제될 게 없다. 정부가 세법을 이용해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를 공격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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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제한은 없다 문제는 정부 언론구속 의도”
제언론인협회(IPI)·세계신문협회(WAN) 합동조사단은 방한 이틀만인 6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을 OECD 회원국 중 처음으로 ‘언론자유 탄압 감시 대상국(Watch List)’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 브루스 브룩만 미국 IPI위원회 이사, 닐스 오이 유럽 IPI위원회 이사, 로저 파킨슨 WAN 회장 등 조사단 4명이 참석했다.
요한 프리츠 사무총장은 “한국 언론상황에 대한국제사회의 우려를 전하고 신문사주들이 보석허가가 주어지지 않은 채 수감된 상황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며 불합리한 요구로 압력을 가하고 있는 언론그룹을 견제하기 위해서 조사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한국 정부의 정치적 동기에서 촉발된 사건임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로저 파킨슨 WAN 회장 등도 “이번 사안의 핵심은 정부가 사전 계획에 따라 일부 독립적인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점이며 국제여론에 있어서도 한국정부의 입장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홍보처와 면담한 내용은 왜 공개하지 않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양측의 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서다. 국정홍보처와 의견을 달리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국제기자연맹(IFJ)과 왜 입장이 다른가. 신문사 사주의 양심과 기자의 양심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IFJ는 노조단체다. IFJ도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조직이지만 정부의 언론탄압이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실망스럽다. 이 자리에 같이 있었다면 공감했을 것이다. 강조하지만 정부의 언론탄압이라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내정간섭이라는 시비도 일고 있다. 언론사들의 탈세혐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는 가지고 있나.
“IPI는 유네스코처럼 국가를 초월해 언론상황을 감시할 권한과 임무를 가지고 있다. 언론탄압 국가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으며 조사단을 파견하기도 한다. 우리가 모니터한 것 외에 탈세와 관련한 증거를 가지고 있진 않다. 문제는 절차다. 23개 언론사가 세무조사를 받았고 모두 혐의가 드러났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세금체계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이라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언론자유를 외치다가 해직된 사람들이 만든 게 언론시민단체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의 입장은 왜 들으려 하지 않나. 그래서 당신들이 언론자유 수호자가 아니라 부패사주 옹호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의 방문이유는 사실을 수집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 문제는 우리가 조사하는 본질적인 문제와 다르다. 우리도 편집자율권, 미디어의 다양성 확보에 관심을 갖고 있고 11월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편집권 독립 문제는 정부가개입할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와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금요일 오전 언론단체를 만나기로 했고 오늘 아침 최학래 사장과도 만났다. 우리는 언론사주를 대변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언론자유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세무조사 전후로 언론자유에 변화가 있었다고 보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제한 받지 않았다. 기자들이 의견을 피력하는 자유도 위축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계획적으로 언론사 소유구조를 바꾸고 언론자유를 구속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행인, 편집간부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편향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
“절대 발행인들 편이 아니다. 중요한 건 언론사가 표적이 됐다는 점이다. 이는 신문사들의 경영 악화를 심화시키고, 기자들의 대거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WAN도 신문사 소유주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신문사와 관련된 전반을 대변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에 의해 독립적인 언론사들이 억압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기자들이 이 때문에 쫓겨났을 때에는 별 얘기 없다가, 이제 그들이 언론개혁을 외치는데 당신들은 언론탄압이라고 하고 있다.
“독재시절을 자꾸 얘기하면 현재와 앞으로의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과거 IPI 연례보고서를 보면 수차례 입장을 피력해왔다. 당시 기자들이 겪었던 암울한 상황은 지금의 문제가 아니다. 그때 참여하지 않았다고 지금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