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5일 방한한 IPI가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및 교수들의 요청으로 8일 면담일정을 잡아놓고도 이들을 만나기 전에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거센 비난이 일고 있다. IPI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대로 움직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성유보 신문개혁국민행동 본부장, 김주언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김동민·주동황 교수 등 IPI와 면담을 갖으려던 대표단 4명은 7일 긴급회의를 갖고 8일 면담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언론개혁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및 교수들과 면담을 하기도 전에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기자회견을 해버린 IPI와는 더이상 만날 가치조차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향후 IPI가 다시 조사단을 파견하게 되면 반드시 사전에 시민사회단체들과 충분한 논의를 갖고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7일 성명을 내고 “IPI는 구속사주 3명, 한나라당, 국정홍보처만 조사한 상태에서 어떻게 ‘언론탄압 감시국’이란 딱지를 갖다 붙일 수 있느냐”며 “이번 IPI의 방문과 조사, 결과발표 모두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한 뒤 “더이상 족벌언론과의 유착관계속에서 한국의 언론상황을 호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IPI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면담 비공개 논란
○…IPI와 조선일보가 각각 IFJ와 가진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조선일보 안병훈 부사장은 6일 IFJ와 가진 면담을 비공개로 하겠다며 취재기자의 배석을 거부했다. IPI 조사단도 7일 오전 IFJ 대표단의 요청으로 가진 회동에서 본지 사진기자의 취재를 거부하는 등 단체 관계자 외에는 참석을 금지했다. IFJ가 모든 면담 일정을 공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비공개로 자유롭게 논의하고 싶다”는 게 IPI가 밝힌 이유였으나 한국 언론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같은 시기에 서울을 찾은 두 국제단체에 쏠려있는 사회적 관심을 생각할 때 정당한 처사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높다.
한 신문사 기자는 “언론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의 언론상황을 조사하고 기자회견까지 마친 IPI가 국제단체간의 토론을 비공개로하겠다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격앙’`‘차분’ 회견 분위기 대조적
O…IPI·WAN 합동조사단과 IFJ 대표단의 기자회견은 회견장 분위기에서도 차이가 났다. 6일 열린 IPI·WAN의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감시 대상국의 의미와 여파 등에 대한 질문을 제외하곤 감시 대상국 결정 배경, IPI, WAN 단체의 성격과 시각 등을 문제 삼았다.
한 기자는 “언론자유를 외치다 거리로 내몰린 기자들이 언론단체를 구성해 언론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IPI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패사주의 옹호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성토했다.
지정남 LA타임스 기자는 “사주의 양심과 기자의 양심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과거 언론자유를 외치는 기자들을 내몰던 언론, 이들과 결탁해왔던 정치인들이 지금은 야당이 돼서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있다”며 “당신들이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반면 7일 IFJ의 기자회견은 별다른 ‘공세적 질문’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기자들은 ‘IPI의 방한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IPI 기자회견에 대한 IFJ의 입장은 무엇인가’ 등 IPI 활동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또 한국 언론개혁에 있어서 시급한 과제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언론사회단체 면담 불발
O…양측 대표단들은 방한과 함께 빼곡한 일정에 돌입했으나 면담대상에서 편차도 있었다. IPI·WAN 합동조사단은 방한 첫날 구속사주 3인 면담을 시작으로 국정홍보처,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정치권과 사주가 구속된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3사를 방문했다.
또 최학래 신문협회 회장, 박권상 방송협회 회장을 면담했으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사회단체와의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제단 면담은 IPI측이 일정상의 문제로 거절했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는 편향조사에 항의하며 면담을 거부했다.
IFJ는 첫날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면담을 시작으로 국정홍보처장, 신문협회 회장을 만났다.
또 사주가 구속된 조선일보를 비롯해 경향신문, 대한매일 등 언론사를 방문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면담을 신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IFJ는 정부, 언론사, 언론단체들과 한 면담을 바탕으로 7일 성명서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