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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분담… 불투명한 미래…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박주선 기자  2001.09.08 11: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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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아내가 직장에 나가요. 어제 면접을 봤거든요.”

전업주부로 지내던 대한매일 제작국의 A씨 아내가 6일 첫 출근을 했다. 노조가 노사협의회에 제출한 임단협 안대로 상여금 500%와 학비보조금 전액이 삭감될 경우 A씨 수입만으로는 아무래도 생활하기가 빠듯하다는 계산에서다.

“며칠 전에 사내에 있는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러 갔더니 은행 직원이 ‘요즘 대한매일에서 마이너스 통장 만들러 자주 오시네요’ 그러더군요.”

편집국 기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가벼워질 월급봉투에 대비를 해야겠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월급쟁이들 월급봉투 받으면 빤하잖아요. 그 중에서 뭘 줄여야 될지 모르겠네요. 부업을 할 수도 없고. 아내에게는 아직 얘기 안 했어요.”

그야말로 ‘머피의 법칙’에 황당한 경우도 있다. “정말 억울한 선배도 있어요. IMF 터질 때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어요. 회사가 어렵다고 학자금지급을 일시 중단하자 1000만원짜리 적금을 깨서 대학 1년 보내고 군대에 입대시켰죠. 곧바로 경기 좋아지면서 학자금은 지급됐는데 아들이 제대하자 또다시 학자금 지급이 중단되네요.”

반면 담담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미 오랫동안 소유구조 개편과 고통분담 얘기를 들어서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일부는 “어떻게든 되지 않겠느냐”며 ‘냉소론’ 또는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회사측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경영진이 무책임한 부분도 크죠. 지난해 하반기 임단협에서 기본급 14.5% 인상, 학자금 유치원생으로까지 확대 실시 등을 결정했는데 왜 1년 뒤를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입장이야 제각각이겠지만 대한매일 사원들의 답답한 심정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4일 시작된 노사협의회에서 노조가 상여금 500% 등 삭감안을 제출했다. 최종안으로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회사측 안이 상여금 750% 삭감, 학자금 중단 등을 골자로 한 것을 보면 큰 폭의 고통감내를 해야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이처럼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은 물론 소유구조 개편을 위해서다. 지난달 28일자 노보를 통해 “조합원이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은 회사의 회생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소유구조개편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하지만 고통을 감내하고 소유구조 개편을 한다고 해서 당장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이 문제가 내부의 더 큰 고민이기도 하다.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생각을 모아 새로운 편집방향을 정하고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한 기자는 “민영화 이후 성공여부도 불투명한데다 컨설팅 전문업체에서 컨설팅 결과를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편집국의 지면개선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것을 보면 내부 추진력조차 의심스럽다”며 염려했다. 더군다나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뀐 상황에서 대한매일의 민영화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고통감내와 불투명한 미래, 하지만 생존을 위해 선택한 길. 내부의 고민은 깊어가지만 한 기자의 말처럼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내가 앞으로 다녀야 할 직장이니까 살려야죠.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기 위해 한번 부딪혀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