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언론사 진입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고 여기자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가부장적인 조직문화 및 취재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기자협회, 언론재단, 여성부 공동주관으로 지난달 31일부터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열린 2001 여기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남녀차별적인 언론보도 개선 및 여기자 위상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여성의 힘 기르기와 새 판 짜기’가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여기자들의 연대를 통해 비민주적인 언론조직 및 취재관행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안에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애 한겨레 기자)가 탄생하고 뒤를 이어 광주전남여기자회, 부산여기자회 등 지방조직이 속속 결성된 것에 대해서도 “기존의 불평등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소중한 연대”라고 평가했다.
이날 주제발제를 맡은 김양희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언론조직에서 나타나는 여성문제와 관련 ▷언론사의 여성참여 부진 ▷뉴스에서 여성상과 여성의 관심사 왜곡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조직 및 보도관행 등을 주요하게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남녀차별적인 언론보도 관행에 대해 “여기자의 부재 또는 보조적 역할로 인해 여성 삶과 밀착된 뉴스가 부족하고 뉴스에서 여성은 사건사고의 피해자로만 부각될 뿐 인터뷰 대상, 초점보도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선 방안과 관련 “성차별 고용관행을 개선해 여성의 충분한 참여를 보장하고 여성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자들에 대한 성 인지력 훈련을 통해 성차별을 개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등을 확립하고 여성 친화적인 보도 및 조직관행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성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왜곡된 편견과 임신, 육아, 가사 등의 이유로 여기자들은 뉴스 생산과정의 핵심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또 사우나, 술자리, 골프 등 가부장적이고 비공식적인 취재방식에도 적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여기자들이 상층 경영진까지 진입하고 정치·경제 등 주요 뉴스의 30∼40%를 담당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있다”고 강조했다.
노주희 여성단체연합여성미디어센터 운영위원은 “여기자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하고 활성화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수습기자들뿐만 아니라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이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이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은 “여기자들이 중도에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이 남기자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노조, 기협, 여기자 조직 모두 고용·피고용관계에서 여기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이어 “특히 여성이 육아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면 회사를 그만두는 안타까운 사태를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협과 기협 여성특위에서 직장탁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