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정부 청사를 출입하는 한 중앙일보 기자는 요즘 출입처의 고위공직자들이 주관하는 오찬 모임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런 오찬의 경우 대개가 정오께 시작해 1시간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이 중앙일보 기자는 당초 오후 2시에 해오던 출입처의 오후 상황과 기사 계획 등을 오후 1시30분께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지난 7월 침수 피해를 입은 본사 윤전기 보수 관계로 기사 마감을 비롯한 모든 일정이 1시간에서 30분 가량씩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 부서의 경우 초판 기사마감은 오후 4시로 바뀌었다. 이 기자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오후 1시를 넘기면 자꾸 손목시계를 쳐다보게 되고 마음이 다급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출입처에서 오후 3시께 브리핑을 할 경우 초판에 충분히 내용을 반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꼭 지면에 반영돼야 할 기사들이 시간 때문에 빠지는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초판 마감시간이 당겨지면서 나타나는 문제는 또 있다. 체육부의 경우 프로야구 야간경기 결과를 제대로 싣지 못해 독자들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 기자는 “일요일도 1시간 정도 일찍 나오게 된다”며 “그만큼 근무여건이 나빠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편집국 곳곳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느냐”, “복구 작업이 더딘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빠듯하지만 초판을 마감한 뒤 신문이 배달돼 오기까지 2시간여 동안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즐기는 모처럼의 여유도 생겼다는 게 한 중견 기자의 전언이다. 이 기자는 “석간 시절의 석양주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마감을 끝낸 뒤 회사 근처 식당에서 동료들과 식사하면서 반주 몇 잔 돌릴 시간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