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지면 차별화 구상과 관련,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자기 색깔을 가진 신문을 만들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10판(시판)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고 지난 10일자 중앙사보가 밝혔다. 관련기사 3면
이와 관련, 이장규 편집국장은 12일 “가판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신문의 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해 나가자는 취지”라며 “근무 형태나 해외판 등 지면제작과 관련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해, 가판 폐지가 ‘단순 검토’의 수준을 넘어 중앙일보 지면 차별화의 주요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앙 편집국의 다른 한 간부도 “가판을 폐지했을 때의 장·단점, 그리고 시행을 위해선 어떤 전제 조건이 있는지 등에 대해 현재 분석 중”이라며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홍 회장의 신문제작과 관련한 파격적인 전략 구상이 당장은 아니겠지만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니겠냐”면서도 “근무 형태 변경 등에 대해선 노조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기자들의 근무강도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가판 폐지를 베끼기 관행 등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면, 그에 앞서 독자적인 편집방향과 지면구성 방식 등을 견지해 나가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96년께에도 편집국 차원에서 한차례 가판 폐지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내부 검토작업을 벌였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제작 시스템 변화에 따른 인원과 재정의 추가 부담 문제가 제기돼 결국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앙을 비롯, 주요 일간지들은 현재 지방판과는 별개로 1만부 안팎의 가판용 신문을 제작, 서울시내 주요 지역에 배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