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인회의가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4일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를 조작한 회원사를 제명 조치한 것과 관련, 사재기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사재기 문제를 다룬 기사를 내보내고도 정작 적발된 출판사들의 책을 여전히 주요하게 다뤄 보도의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재기 문제는 올들어 지난 6월 11일 연합뉴스 보도로 공론화했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14일자 신문에서 1개면을 할애해 기획으로 다룬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 대부분의 언론이 이 문제를 주요하게 거론했다. 출판인회의가 자체 조사에서 사재기를 한 것으로 확인돼 회원사인 ‘생각의 나무’를 처음으로 제명 조치 한 것이 7월 31일이었다.
그러나 이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 ‘경도’는 8월 25일 전후로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북 섹션에 주요하게 소개됐다. 출판인회의가 제명을 결정한 지 채 한달이 못된 기간이었다.
경향신문의 경우 “‘생각의 나무’는 지난달 불미스러운 사태에 휘말려 출판인회의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후 한달동안 이 회사 이름을 달고 나온 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왔다”며 “그러나 ‘경도’는 풍부한 내용과 미려한 외형을 고루 갖춰 고심 끝에 싣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출판인회의가 지난 4일 사재기 문제로 2개 회원사를 제명하고 3개 비회원사 명단을 2차로 공개한 이후에도 ‘생각의 나무’ 책 소개는 계속됐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8일자 북섹션에서 이 출판사가 발행한 ‘세계만화탐사’를 역시 주요하게 보도했다.
해당 신문사 출판팀장은 “출판인회의 결정이 특별한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기본적인 의무이기 때문에 보도한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출판인회의 2차 결정 직후 ‘생각의 나무’ 책이 소개된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언론이 출판계의 자정노력을 외면하고 해당 출판사를 너무 일찍 ‘사면복권’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책은 책이고 사재기는 사재기”라는 논리로 자정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출판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출판담당 기자는 “출판계 움직임이 타당한 것이라면 언론이 상당 기간 사재기로 제명된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지 말아야 한다”며 “적어도 제명 결정을 무시하고 지면에계속 게재해 자정 움직임의 김을 빼버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 기자는 “지면에 사재기한 출판사의 책이 보도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지면서 그 홍보 효과가 ‘전국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 나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