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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봅시다] 탈북자 인권을 위한 보도

'리비아 근무 북 간호사'보도 당사자 신변문제 고려했어야

김동원 기자  2001.09.15 10: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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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부분 언론은 ‘리비아서 은신 북 간호사 한국대사관이 북에 인계’, ‘보호요청 북 간호사 송환 논란’ 등의 제목으로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 고위관계자가 지난해 8월 근무지를 이탈, 우리 교민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한 한 북한 간호사를 북한 대사관에 인계한 사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언론은 특히 리비아주재 한국 대사관과 외교부의 대응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외교마찰을 피하기 위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소홀히 다룬 것 아니냐”며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 정권의 ‘햇볕정책’의 허상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라며 “외교부는 ‘북한 인도’에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탈북·망명의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그 북한 간호사가 ‘남한행’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 대사관에 인계한 게 사실이라면 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의 행태는 충분히 비판받을 처사였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1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언론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게 사건의 당사자인 그 간호사의 인권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는 다른 각도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간호사는 이미 북한에 돌아간 상태다. 또 북한 대사관에 인계된 즉시가 아닌, 3개월 동안 리비아에 머물다간 점을 볼 때, 북한 대사관도 어떤 이유에서든 사건 자체를 크게 문제삼지 않으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언론이 현 시점에서 ‘남한행’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단정적으로 기사화해 실제 그 간호사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그 간호사가 3개월 동안 리비아에 머물다간 것을 보면, 북한 대사관쪽도 본국에 보고하지 않고 사건 자체를 덮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남쪽 언론이 지금 시점에 이를 공론화해 그 간호사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입국요청 북한주민 북한으로 인계’란 제목으로 이를 첫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는 “한국 공관이 그 간호사의 남한행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등 탈북자 처리 지침을 무시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소홀히 한 것은 문제라고 판단해 기사화했다”며 “관점에 따라선 다르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