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사회팀의 한 경찰기자가 ‘십전대보탕 영업사원’으로 나섰다. 그 주인공은 올해 서른 한 살의 박록삼 기자.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 때마다 십전대보탕 영업사원으로 뛰고 있어요. 올 설에는 50개나 팔았는걸요. 이번 추석 목표량은 100개인데 아직 하나도 못 팔았어요.”
십전대보탕은 안학섭(71)씨 등 세 명의 비전향장기수가 운영하는 우리탕제원이 내놓은 추석맞이 선물세트. 100개를 팔더라도 박 기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물론 없다. 하지만 박 기자는 비전향장기수인 안 씨를 도와주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앞장을 선다.
박 기자가 안 씨와 인연을 맺은 지는 올해로 6년째.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96년말, 과 선후배들 20여명과 졸업 후에도 사회와 관계있는 일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민가협을 통해 안 씨를 소개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달에 한번 안 씨를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 주고 있다. 지난해 안 씨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빨래나 청소 등 집안일도 거들어 주곤 했다. 많지는 않지만 한 달에 10만원씩 도움을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봉사활동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대개 토요일 오후에 안 선생님 댁으로 찾아가서 밤늦도록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가끔은 막걸리도 한 잔 해요.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오죠.”
강화도 출신의 안 씨는 52년 한국전쟁 중 전쟁포로로 잡혀 간첩혐의로 43년간 복역한 뒤 95년 출소했다. 우리탕제원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안 씨의 생활공간이자 경제적 터전이다.
이런 인연 덕분에 박 기자는 두 번의 특종(?)을 낚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두번 중 더 기억에 남는 기사는 지난해 안 씨가 서른살 차이가 나는 신부와 결혼식을 올린 일, 당시 행정뉴스팀 소속이었던 박 기자는 데스크에게 강력히 요청해 부서를 뛰어넘는 기사를 썼다. 앞서 안 씨와 가깝게 지내던 장기수 양희철 씨가 서른 살 가량의 연하 약사와 결혼했던 ‘사건’도 직접 보도했다.
박 기자는 “비전향장기수 문제는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적 관심에서 소외됐다”며 “분단과 그로 인한 역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언론의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기자로서가 아닌 열심히 살려는 청년으로 만났던 안 씨와의 인연이 소중하다는 박 기자는 우리탕제원의 전화번호(02-871-1056)를 알려주며 홍보도 빼먹지 않았다.
“선생님을 뵙는 것 자체가 기자로서 나를다듬고 단련시키는데 도움이 돼요. 맡겨진 일에만 머물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알게 된 것만으로도 복 받은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