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해외 안테나] 미 언론의 선거보도

조장래 경향 기자  2001.09.15 00:00:00

기사프린트

지난 8월 12일부터 보름간 `미 언론의 선거보도’란 주제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실시한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고백컨대 특별한 지적 의욕을 갖고 연수에 임했던 건 아니었다. 바깥바람 쏘이면서 적당한 휴식도 취할 수 있겠지 하는 기대감도 적잖았다. 그러나 연수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맥도웰 교수는 누가 봐도 의욕과잉으로 비쳐지던 일정표를 한치 어긋남도 없이 진행해 갔다. 사흘쯤 지났을 때 연수단 기자 7명 모두 “이건 고문”이라며 엄살을 부렸을 정도였다. 이런 불평은 차츰 만족감으로 변했고, 막바지에 가서는 모두 유·무형의 성과물을 얻었다고 자평할 수 있었다.

연수에 참가하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둔 사안은 신문 사설의 특정후보 지지문제였다. 우리의 일부 언론은 지난 대선 때 특정후보를 지지하면서 언론의 객관성·공정성 논란을 촉발시킨 터였다. 나름대로 폭넓은 판단의 잣대를 갖고 싶었다.

그쪽 언론인, 교수들과 토론도 하고 질의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뜻밖의 답이란 없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을 법한 평범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사설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기사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일은 결코 없다”(미젤 스튜어트 `탤러해시 데모크릿’ 편집장)는 설명이었다. 결국 이런 평범한 언론 윤리를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내느냐 하는 의지의 문제였다. 그리고 “선거 관련 사설이나 칼럼을 쓰기 전에 후보자를 직접 불러 인터뷰를 한다”는 애틀란타 저널의 한 논설위원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 주기 위해 스스로 직접 뛰어 정보를 캔다는 얘기였다.

기자의 전문지식 부족과 언론사간 지나친 경쟁 때문에 부정확한 보도가 생겨난다는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탐 카시 교수의 지적도 공감이 갔다. 그는 한 예로 지난 미 대선 때 CNN의 보도행태를 지적했다. 당시 기자는 고어와 부시 양 후보의 법정 공방을 가름해줄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를 생방송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판결문을 미처 다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의미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기자는 앵커의 질문에 “아직 판결문을 다 읽지 못해서…”라며 판결문을 뒤적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속 보도에만 쫓기는 것은 한국 언론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 아닌가.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수잔맥매너스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 언론은 선거보도를 할 때 어느 후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모금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꼬집기도 했다. 어느 후보의 정책이 더 비전있고 현실성 있는가, 어느 후보가 더 능력있고 도덕적인가 하는 데 대한 검증은 후순위로 빠졌다는 비판이었다. 바로 우리가 새겨들어야 하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