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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내경 입찰 왜 늦어지나

경영진·파산관재인 '고의 지연' 의혹

서정은 기자  2001.09.22 1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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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의향 기업 있음에도 계속 미뤄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신문사(KH·내경)의 매각 문제와 관련 노조(위원장 김경호)가 김경철 사장과 파산관재인이 의도적으로 입찰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매달 5억원 적자에다 임금협상에서 상여금 550% 삭감안을 내놓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KH·내경은 노사 모두 입찰을 통한 대주주 영입만이 회사가 살 길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대주주권을 가진 예금보험공사가 인수의향 기업이 있는데도 입찰을 서두르지 않고 있고, 경영진은 조합과의 공동보조를 거부하는 등 대주주 영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KH·내경은 회사 전체 주식의 50%를 소유하고 있는 신동방이 이 주식을 담보로 대한종금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대출받았으나 99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대한종금도 99년 10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 현재 대주주권이 예금보험공사(예보)로 넘어가 있다. 예보에서 파견한 대한종금 파산관재인은 대한종금 청산작업의 일부로 신동방 소유 주식의 매각 작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 속에서 KH·내경은 언론사 입찰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대한종금 파산관재인은 지난해 말 삼일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신동방 소유주식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매각입찰이 유찰된 후 소강상태였던 매각작업은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6월부터 다시 매각작업을 본격화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는 조속히 입찰을 추진하겠다던 대한종금 파산관재인이 지난 8월 초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 두곳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고도 까닭없이 입찰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파산관재인이 지난달 29일 노조와의 면담에서 노사가 대주주 영입에 대한 일치된 의견을 제시해주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김 사장은 그동안 매각 문제는 전적으로 대한종금이 알아서 할 일이며 우리 회사가 관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왔는데 왜 파산관재인이 노사의 합치된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파산관재인이 매각을 추진함에 있어 어떤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조는 9월 초 회사측에 대한종금 파산관재인과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에게 입찰을조속히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노사 공동 서한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대주주 영입 문제는 노조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대한종금측이 추진하는 내용을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조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김경철 사장은 지난 12일자 사보에서 “대주주 영입은 신동방 지분 50%를 처분하는 일로 대한종금의 비즈니스이며 우리로서는 인내심과 관심을 갖고 진행상황을 살피는 정도다. 사장과 대한종금간에 어떠한 의혹도 없으며 있어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현재 다소 시일이 지연되고 있으나 대주주 영입을 위한 절차와 방법 등은 변질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5일 대한종금측에 공문을 보내 우리 회사의 명예에 저촉되는 기업의 배제, 회사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의지와 역량이 있는 기업 등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희망사항을 전달하고 대주주 영입을 보다 공정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