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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홍석현회장 '가판폐지'의지 밝혀

"창간 36주년 기념사, "남 따라가서는 1등신문 만들 수 없다

김동원 기자  2001.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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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21일 “10판 신문제작이라는 오랜 관행을 하루아침에 깨는 데 다소의 문제가 따르겠지만, 낡은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각오와 의지로 새 얼굴의 신문을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그런 문제들은 저절로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판(시판) 폐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홍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 창간 36주년 기념사에서 자신이 최근 편집국 기자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조선일보를 보지 말라”, “왜 굳이 10판 신문을 제작해야 하는가” 등을 언급한 사실과 관련, “자칫 오해하기 쉬운 이런 화두를 던진 데는 나름대로 우리 내부의 문제점을 적출해 극복해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편집국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알려진 가판(시판) 폐지 검토 방침이 중앙일보 안팎에서 큰 관심을 모으며 다양한 해석과 전망을 낳고 있는 것과 관련, 신문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가판 폐지를 추진할 의지가 분명함을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내부에선 이르면 10월 중 가판 폐지가 공식 선언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 회장은 이어 “언제부터인지 남의 신문을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안일주의 같은 것이 은연중 우리 내부에 자리잡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위기를 감지하게 됐다”며 “1등 신문이 되기 위해선 남을 따라가선 안된다고 생각해 조선일보를 보지 말라고 말했고 남의 신문을 눈치보며 베끼는 후진적인 10판 신문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남이 쓴 답안지를 보고 베껴서는 결코 1등 신문을 만들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와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담겨있고 우리가 연구하고 제시하는 대안이 담긴 우리의 답안지를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와 함께 중앙일보 논설위원들과 편집국 차장급 기자들로 지난 봄 구성된 소위원회 활동과 관련, “중요한 것은 낡은 관행을 깨면서 새로운 틀의 신문제작방식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라며 “젊은 차장 그룹들이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과제를 설정하면서 외부 전문가집단과 대안을 모색하고 연구하는 이런 작업이 우리 언론계 풍토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일인만큼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어 “‘열린 보수’의 입장에서 좌와 우를 융합하고 보수와 진보를아우르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중앙일보 나름의 자세를 천명한 바 있다”고 밝히고는 “창간 36주년을 맞아 ‘우리의 얼굴을 가진 신문’ 만들기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