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언론매체나 단체를 비난하는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의 경우 누구나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를 인용하는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자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에 <“이번 테러, 미가 천벌 받은 것”/ ‘오마이뉴스’ ‘우리모두’ 게시판 일부 네티즌 반미 성향 글 올려>라는 제목으로 “미제에 대한 피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후련함” “세계적인 깡패는 혼나도 싸다” 등 익명의 네티즌이 쓴 자극적인 문구들을 인용하며, “양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용자들의 성향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7일자 사설 <테러를 미화하는 사람들>에서도 “몇몇 진보적 사이트에 테러를 미화하는 글이 다수 올려져 있다”며 “5000명이 넘는 주검을 희롱할 수 있는 농담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밝히는 등 마치 진보적 사이트가 희생자들의 주검을 희롱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2건의 반박기사를 올렸다.
진중권씨는 <조선일보 독자마당의 상태는?>이라는 기사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을 수 있지만 이 몇몇 사람이 ‘오마이뉴스’와 ‘우리모두’의 견해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몇몇 네티즌의 폭탄 발언만을 인용해 양 사이트를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또한 테러를 규탄하고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지만, 그것이 전쟁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미국도 그동안의 오만과 독선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주류였다는 것.
조선일보는 ‘안티조선’을 비판하면서도 인터넷 게시판의 글을 여러 차례 인용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조선일보 기자들의 암투병 소식에 대해 한 네티즌이 오마이뉴스 게시판에 ‘조선 기자들의 암 발생 기쁜 소식’, ‘암세포야 힘내라’ 등의 글을 올린 것.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1일자 ‘독자와의 대화’ <최구식 기자가 본 안티조선-나라가 잘못되면 모두 ‘조선일보 탓’/기자의 죽음이 ‘기쁜 소식’이라니>에서 누가 쓴지도 모르는 이같은 돌출발언이 마치 안티조선 단체 전체의 생각인 것처럼 보도했다. 이외에도 동아일보 홍호표 이슈부장이 17일자 칼럼 <상징과 심장에 대한 테러>에서 “일부 인터넷 신문에는 ‘미제에 대한피의 보복 시작’ 등의 글이 대거 올라 있다”며 “일부 마이너리티가 테러를 정당화하고 피해자를 비웃는 가치관의 전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마이너리티’ 세력 전체가 테러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이 인터넷의 일부 돌출발언을 인용해 해당 사이트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인터넷 게시판은 특정 의견만 올라오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들어가 의견을 남길 수 있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를 해당 사이트의 성향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 실제 조선일보 인터넷 게시판 ‘독자마당’에 올라온 ‘테러국에 원자탄을 선물하라’(고물상) ‘미국동시테러사건의 진짜 배후자는 김정일과 김대중일 수 있다’(뜨거운 감자)는 내용 등이 조선일보의 입장 또는 성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