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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한통에 피로 '싹'

KBS 백진원·민경욱 기자

서정은 기자  2001.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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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에 유머·뉴스 메일 ‘인기’



KBS 기자들은 요즘 동료들이 보내오는 이메일을 받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도제작국 백진원 기자의 ‘유머메일’과 9시뉴스 편집부 민경욱 기자의 ‘뉴스메일’이 바로 그 주인공.

백 기자의 유머메일은 동료들 사이 단연 화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기자들에게 백 기자의 유머 메일은 피로를 날려버리는 청량제 역할을 하며 일선 기자들 뿐만 아니라 간부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백 기자의 9월 21일자 유머메일에는 새로 편찬하고 있는 정치학 사전이 소개됐다. “왜 아직도 그런지 모르겠어요. 무슨무슨 자리에 부임하는 사람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서 인사하는 이유를. 경제가 어려운데 근본적인 치유책을 쓰지않고 금모으기 심정으로 주식을 사라고 김 대통령이 말하는 이유를. 언제는 퍼주기라고 욕해대더니 이제는 북한에 아무 조건없이 쌀을 줘야한다고 이회창 총재가 주장하는 이유를. 그렇게 모르신다면 새로 편찬하고 있는 정치학 사전을 보십시오.”

“영삼하다-사물이나 사람이 크게 잘못되거나 깨어져 못쓰게 되다. 예)시험은 완전히 영삼했네.” “대중스러운-개혁이 빨리 진행되지 않고 미적미적하고 두리뭉실한. 예)대중스러운 안기부자금 유용수사.” “회창-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행동의 통칭. 예)닭 잡아먹고 회창 내밀다.” “종필당하다-왕따당하다. 예)평생 충성했는데 종필당했어.”

백 기자는 경제부 소속이던 지난해 5월 “하루 한번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경제부 동료 10여명에게 유머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으나 인사이동으로 경제부 기자들이 여러 부서로 흩어지면서 보도본부 전체로 확산됐다. 현재 백 기자의 유머메일을 받아보는 사람들은 130여명. KBS 기자들 뿐만 아니라 친분이 있는 타 언론사 기자들도 포함돼 있다.

백 기자의 메일이 동료들 사이에 인기라면 민경욱 기자의 뉴스메일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민 기자는 자신이 출연하고 있는 ‘황정민의 FM 대행진’의 방송 녹취록을 지난 5월부터 매일 청취자, 동료, 주변 지인 등 모두 270여명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민경욱 기자의 뉴스는 정말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는 한 청취자의 말처럼 민 기자의 메일에는 주요 뉴스들에 대한 사건 개요와 해설이 쉽고 재미있게 담겨 있다. 민 기자는 “방송을애청하는 네티즌들을 위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무료로 담은 인터넷 조간신문”이라며 “가끔은 재밌는 방송 뒷 얘기도 배달된다”고 귀뜸한다.

민 기자는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 입장에서 다양한 여론을 청취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더 철저하게 뉴스를 준비하게 된다”며 “기자 개개인이 이러한 네트워크를 갖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