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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부 '외압' '타협제의' 공방

김상철 기자  2001.10.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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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정부의 ‘인사 외압설’을 제기한 데 이어 박준영 국정홍보처장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협조 요청을 해온 언론사도 있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양측은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하고 있어 스스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4일 첫 공판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이전부터 정부에서 통일, 대북 관련 사설에 대해 여러 경로로 불만을 전해왔다”며 “세무조사 이후에도 사설, 칼럼 필진에 대한 부당한 요구가 있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방 사장의 외압설 제기에 앞서 김대중 칼럼을 통해서도 이같은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반면 박준영 국정홍보처장은 27일 국감 석상에서 정부측에 일부 언론사의 ‘협조 제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 신기남 민주당 의원은 “99년 보광 탈세사건 당시 ‘해당 언론사가 잘 처리해주면 임기 안에 협조하겠다는 제의를 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올 세무조사 때도 그런 제의가 있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직접 받은 바는 없고 그런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무조사와 관련 언론사쪽에서 여러가지 대화 요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정부측은 각자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아 “진상은 공개하지 않고 의혹만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방 사장이 ‘필진들을 인사 조치하면 세무조사나 검찰수사가 잘 풀릴 것’이라는 압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사자의 신변이나 신뢰관계를 고려,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처장도 국감에서 “내가 당사자가 아니고 그런 문제가 제기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제의 내용과 해당 언론사 등은 밝힐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용백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야당이 박 처장 발언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조선일보도 외압사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 비판언론을 자임한다면 외압의 진상도 스스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지 않고 막연한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조선일보도, 언론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하는 정부측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