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는 젊은 기업인 또는 M&A의 귀재, 구조조정 전문가로 소개됐던 인물들이 횡령, 주가조작, 정·관계 로비 스캔들 등 비리 혐의로 잇따라 구속돼 독자나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최근 정·관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이용호 G&G그룹 회장과 이에 앞서 같은 길을 밟았던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 등 젊은 기업인들이 그 주인공. 때문에 언론이 기업인을 미화하는 보도를 할 때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정현준…금융 새바람 일으킨 M&A 귀재’(매경 99.10.1), ‘M&A의 귀재라는 정현준씨’(내경 2000.7.5), ‘27세 청년 M&A 돌풍…MCI 진승현 부회장 2년만에 9곳 인수’(한경 2000.7.24), ‘금융가 화제의 인물 이용호 삼애인더스 회장’(매경 2001.7.6) 등 특히 경제지들은 이들 젊은 기업인들을 금융가에 새바람을 일으킨 ‘젊은 신화’로 부추겼다.
매경은 이용호 G&G그룹 회장을 ‘금융가 화제의 인물’로 소개한 7월 6일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기업구조조정의 선구자’라는데 이견이 없다”고 소개했다. 매경은 특히 금융감독원의 내사가 진행중인 지난 7월 19일에도 3면 전체를 할애에 이 회장을 여전히 성공한 ‘1000억대 재산가’이자 M&A의 귀재로 소개했다. 같은 날 뉴스메이커(433호)도 ‘토픽-기업사냥꾼 이용호를 아시나요’에서 “이 회장은 M&A시장에서는 신화적인 인물로 꼽힌다”고 소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뉴스메이커는 “우리 기업문화에서는 아직도 M&A를 남이 애써 키운 회사를 주식 매입으로 훔쳐 가는 행위쯤으로 여기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회장이 M&A로 거침없이 돈을 버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이 회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또 KBS가 지난 7월 24일 1TV ‘클로즈업 오늘’(오후 10∼10시50분)에서 이 회장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KBS는 이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사업성공 비결과 함께 주가조작설 등에 대해서도 질문했으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당당하게 해명하고 있는 이 회장은 성공한 사업가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이 회장에 앞서 구속된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과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매경은 99년 10월 1일자 1면‘정현준 금융 새바람 일으킨 M&A 귀재’에서 정씨를 “젊은 황금의 손”이라고 소개했으며, 한경은 ‘27세 청년 M&A돌풍…MCI 진승현 부회장 2년만에 9곳 인수’에서 진씨를 “27세 청년이 M&A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물론 사회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인사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일간지 한 경제부 기자는 “언론이 성공한 사업가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미화했던 인물들이 결국 주가를 조작하고 정·관계 로비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면 당연히 언론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이들 기업인들이 급성장을 이룬 배경에는 주가조작과 함께 언론의 홍보도 한 몫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또 “삼애인더스가 보물선 탐사설 등을 발표하며 주가를 올렸으나 정작 ‘보물선 테마주 뜬다’며 홍보해 준 것도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