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의 주요 과제로 ‘기자 전문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나 기자 재교육에 대한 언론사의 투자와 제도적 지원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 자산이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사가 일반 기업보다도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4개 신문·방송사의 2000년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매출액 대비 교육훈련비의 비율이 0.1%에도 못 미치는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KBS와 중앙일보가 각각 매출액의 0.151%, 0.1%를 교육훈련비로 사용했을 뿐 경향·국민·대한매일·문화·세계·조선·한겨레·SBS 등 나머지 언론사들은 0.099%∼0.002%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기업의 매출액 대비 교육훈련비 비율은 지난 97년 한국IBM 2.12%, 삼성SDS 1.12%, 한국전기통신공사 0.98% 등이며 교육훈련비 상위 10대 기업의 평균은 0.64%로 조사됐다. 언론사들의 교육훈련비 수준이 IMF 시절이던 97년 당시 기업들의 교육훈련비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기자 교육·연수에 대한 언론사의 투자가 얼마나 인색한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언론재단이 펴낸 <한국과 세계의 언론인 교육>에서 국내 언론사와 기업의 교육훈련비를 분석한 언론재단 조사분석팀은 “매출액 대비 교육훈련비 비율만으로 언론사의 재교육에 대한 인식을 직접 증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나 언론사들이 교육비 투자에 얼마나 인색한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며 “기업 총매출액의 1% 이상을 교육훈련 비용으로 부담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선진국과도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현업 기자들 역시 재교육에 대한 회사의 안이한 태도와 투자 부족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재단이 최근 언론인 7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자들의 79.1%가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나 최근 2년간 재교육을 받은 기자들은 12.5%에 불과했다. 기자들은 재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회사의 인식과 투자 부족(55%)을 가장 많이 지적했고 ▷기회가 있어도 업무가 많아서 재교육을 받을 수 없다(29.3%)고 응답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연수담당 부서에서 기자연수를 기획해도 보도본부 차원에서 업무상 여력이 없다며 기자들을 참석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자 전문화에 대한 간부들의 인식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론재단 조사분석팀 정민씨는 “회사가 기자들의 연수기회를 봉쇄하고있는 셈”이라며 “제도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선결되지 않는 한 기자 전문화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기자 재교육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일정 비용을 재교육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노동조합과 언론사의 협약으로 재교육 기회가 보장돼 있으며 덴마크는 언론인 재교육과 관련 언론인과 언론사가 2년에 한번씩 협상을 하도록 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법으로 언론인 재교육을 지정하고 있어 재교육을 받는 기자들이 60∼70%에 달한다.
이선영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프랑스 기업들은 법률상 재교육을 위한 세금을 납부하거나 직원들을 재교육 기관으로 보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소수의 기자들만 재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 언론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처럼 재교육을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적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