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칸 보복공격과 관련, 우리 방송사들이 CBS, NBC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뉴스속보를 중단한 이후에도 적게는 5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까지 ‘뉴스속보’를 더 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뉴스속보를 내보낸 시간이 미국은 낮 시간(현지시간 7일 오후 12시30분)이었고,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었던 새벽 2시경이었음을 감안할 때 한국 방송사가 미국 방송사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그것도 철야방송으로 한 것은 ‘지나친 흥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3사는 8일 새벽 1시27분 미국의 아프칸 공격이 시작되자 20여분만에 SBS(1시53분50초)-KBS(1시55분07초)-MBC(1시56분14초) 순으로 뉴스속보를 내보내기 시작해 다음날 오전 정규방송까지 중단하고 속보를 계속했다. MBC가 8일 오후 1시 18분까지 뉴스속보를 내보내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을 비롯해 KBS가 오후 12시 24분까지, SBS가 오전 9시 28분까지 미국의 아프칸 공습 특보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 가운데 하나인 CBS는 8일 오전 5시(현지시간 7일 오후 4시)가 되자 뉴스속보를 중단하고 미식축구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으며, NBC도 30분 뒤인 8일 오전 5시 30분부터 자동차경주 중계를 하는 등 정규방송 체제로 돌아왔다. 결국 미국의 주요방송사들이 뉴스속보를 중단한 이후에도 우리 방송은 5∼8시간 이상 속보를 계속한 셈이다. 특히 뉴스속보를 내보낸 시간이 미국의 경우 낮 시간이었던 데 반해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이후인 밤 시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방송이 당사자인 미국 방송보다 과도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 AC닐슨 조사에 따르면 방송 3사가 철야방송을 내보낸 8일 새벽 1시 55분부터 5시까지의 시청률은 0.5%에서 1.4%에 지나지 않았다.
내용에 있어서도 아프칸 현지 상황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 3사가 전투기의 대규모 공습장면 등 자료화면과 그래픽을 남용한 것은 선정적인 편집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신문사 워싱턴 특파원은 “미국 방송뉴스가 끝난 시간에 한국 방송들이 속보를 계속하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마치 미국전쟁이 아닌 한국전쟁이 일어난 것 같았다”며 “내용에 있어서도 미국 방송이 보복테러 경계태세에 나선 미국 내 상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차분한 보도를 한 반면, 테러 이후당장 공습이 임박한 것처럼 연일 보도하던 한국 방송들은 공습이 이뤄지자 걸프전 당시 화면을 보여주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미국 전쟁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방송 3사가 테러 발생 이후 비상체계를 가동해 발빠르게 뉴스 속보를 내보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재난방송도 아닌 미국 전쟁을 철야로까지 방송한 것은 방송사간의 지나친 경쟁 때문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