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일정이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대통령 사퇴’ 발언을 계기로 촉발된 여야간 대치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기내 처리를 목표로 한 언론관계법 제·개정 작업의 향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17일께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국회 상임위 일정도 순연될 것으로 보여 정기간행물법과 방송법, 그리고 연합뉴스사법안 등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심의는 이달말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쟁점사항에 대한 여야간 입장 차이가 워낙 크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공방이 언제 또 재연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들 법안의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이다.
▶정기간행물법 개정안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참여한 ‘정치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정개모)’은 9일 전체회의를 갖고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정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정개모 야당측 간사인 김원웅 의원실은 “여야의원 2명씩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주식소유지분 제한 부분을 제외하고 편집권 독립, 기업공시 제도화, 세무조사 정례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정간법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며 “화해와 전진 포럼과 공동 발의하는 형식으로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민주당 정동채 의원도 정간법 개정안을 10월말께 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정동채 의원실은 “소유지분 제한 부분도 개정안에 포함시킨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아직 최종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10·25 재·보궐선거가 끝나는 10월말이면 법안 제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방송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도 이번 국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방송위원 추천권을 국회 정당별 의석 수에 따라 갖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공동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에서 각 3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는 방송법에 따른 5:2:2(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인 방송위원 추천 비율을 4:4:1(민주당:한나라당:자민련)로 바꾼다는 것.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이외에도 방송의 편파보도를 규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만들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 연합뉴스사법 제정안
자민련 정진석 의원이연합뉴스의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위상 정립을 위해 소유구조 개편 등을 골자로 해 발의한 연합뉴스사 법안 역시 이번 회기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연합뉴스의 임원진을 특수법인인 연합뉴스위원회가 추천토록 했다. 7명의 연합뉴스위원회 이사는 대통령이 2인, 국회에서 3인,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각 1인씩을 추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또 연합뉴스가 정부와 연간 계약을 맺어 구독료를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법안처리 전망
그러나 이 법안들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여야 소장파 의원들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정간법 개정안의 경우, 소유지분 제한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편집권 독립과 기업공시제도 등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추진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양당의 공조가 잘 이루어질 경우 통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지만 민주당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고 방송계에서도 “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사법안의 경우 각 당이 당론을 정해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한나라당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 의원실쪽이 “민간기업에 대한 특별법 제정은 특혜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런 사정과 관련해 김근 사장 등 연합뉴스 간부들은 12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시작으로 여야 3당 지도부 면담에 나서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자민련 김 총재는 이날 김 사장 등에게 “적극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달말께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부가가치세법 등 신문시장 관련 6개 법 개정안을 청원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