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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세무조사 '외압설'…흠집내기 지루한 공방만

김상철 기자  2001.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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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대한 정부의 인사 외압설이 실체에 닿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홍보처 국감에서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은 실명을 거론하며 또다시 정부의 인사 압력설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현 정권은 지난 4월 동아일보 이현락 편집인, 어경택 논설실장, 이도성 부국장과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유근일 논설주간,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을 인사 조치하라고 요구하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첫 공판에서 “세무조사 이전부터 정부에서 통일, 대북 관련 사설에 대해 여러 경로로 불만을 전해왔다”며 “세무조사 이후에도 사설, 칼럼 필진에 대한 부당한 요구가 있었지만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을 28일자 1면에 보도했으나 그 진위에 대한 자사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두 언론사가 외압설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두 언론사가 진상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선일보는 “필진들을 인사 조치하면 세무조사나 검찰수사가 잘 풀릴 것이라는 압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사자의 신변이나 신뢰관계를 고려, 누구라고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방 사장은 모두 진술에서 그런 외압을 거치면서 재판까지 이르렀다는, 이번 사안의 ‘성격 규정’을 위해 발언한 것”이라며 “실명을 밝히지는 않겠다는 방침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상황을 봐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공개하리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진상을 밝힐 지 여부는 일단 김병관 전 명예회장 개인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두 언론사측은 ‘진상을 자체적으로 공개하는 문제에 앞서 중요한 것은 정부로부터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외압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유불리를 떠나서, 그런 사실이 없었다면 박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도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이 당사자인 두 언론사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여전히 ‘설’과 ‘주장’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인사개입설을 주장해왔던 박종웅 의원은 지난 8월 단식 당시 “내 주장이 잘못됐다면 반박하거나정정요청이 있었을 텐데 해당 언론사에서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고만 말했다. 또다른 당사자인 정부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한 정치부 기자는 “진위 판단에 앞서 정부에서 일단 외압설을 부인한 만큼 해당 언론사에서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