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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인가, 함정인가…김병관 전 회장 법정발언 논란

김상철 기자  2001.10.13 10: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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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김병관 동아일보 전 명예회장이 “98년 주식실명 전환 과정에서 국세청 간부가 조언을 해줬다”고 발언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혐의 내용은 김 전 명예회장이 지난 98년 12월 동아일보 주식 26만여주를 아들 재호, 재열씨 등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30억여원을 포탈했다는 것이었다.

김 전 명예회장은 89년 고 김상만 전 명예회장 소유의 주식 26만6000여주를 아들에게 증여한 후 94년 다시 일민문화재단에 출연한 바 있다. 검찰이 거론한 혐의는 이렇다.

▷김 전 명예회장은 공익재단 출연한도 5%를 초과해 상속세, 증여세 등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자 98년 12월 아들 명의로 ‘피고인이 권한 없이 주식을 임의 출연했으니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일민재단에 제기했다. ▷같은해 12월 일민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두 아들에게 주식을 명의 개서해 증여한 뒤 효력이 없는 명의신탁 계약서를 근거로 실명 전환한 것처럼 신고, 증여세 30억여원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김 전 명예회장이 언급한 대목은 98년에 제기한 소송 관련 내용이었다. “98년 상속세법 개정으로 일민재단 출연분 26만주에 대한 세금문제가 제기되자 국세청 실무간부가 ‘소송을 통해 원래 소유자인 재호씨 등의 명의로 실명 전환하면 된다’고 회사 관계자에게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김 전 명예회장은 또 “당시 국세청의 함정이라고 생각해 반대했으나 실무자의 의견을 들어 마지못해 묵인했다”며 “국세청이 세무조사에서 이것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9일 “98년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국에서 실시한 주식변동 조사 과정에서 일부 실무자가 회사측 요청에 따라 상속세법 관련 규정을 설명해 준 바 있다”고 해명했다. 정상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자문행위라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도 “소송을 통한 실명전환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고 국세청 담당 과장과 이를 상의했었다”고 말했다. 국세청 해명대로 회사측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맞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절세의 일환으로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몇년 후를 내다본 국세청의 함정이었다고 보진 않지만, 당시엔 적법한 방법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98년 주식 실명전환을 둘러싼 동아일보와 국세청의 논의가 정상적인 자문 활동이었는지, 탈세와 관련한유착이었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22일 국세청 관계자와 동아일보 경리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3차 공판에 일차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