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시작된 걸프전은 사상 최초로 언론에 의해 생중계된 전쟁이라는 점에서 전쟁보도에 대한 많은 과제와 논쟁거리를 낳았다. 당시 국내 언론인들과 학자들은 좌담과 토론 등을 통해 걸프전 보도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정리하면서 전쟁과 언론의 역할을 모색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당시 제기됐던 문제와 대안들은 10년 뒤 미 아프간 보복 공격을 보도하고 있는 지금 우리 언론에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당시 제기된 걸프전 보도의 문제점은 ▷지나친 외신 의존에 따른 미국 중심적 시각의 보도 ▷아랍 등 약소국 정보소스 부재 ▷흥미위주의 선정 보도 등으로 압축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이번 미국 테러사건과 아프간 공격 보도 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안에 있어서도 ▷위험지역 및 분쟁지역 전문기자 양성 ▷위험지역 취재에 따른 기자안전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신문과방송> 91년 3월호는 걸프전 보도와 관련한 특집기획에서 “한국 언론이 서방언론에 주로 의존함으로써 전적으로 다국적군의 전황브리핑에 의존한 보도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영철 당시 강원대 교수도 “우리 신문은 이라크측의 정보를 무시하는데는 익숙하나 미국측 관리들이 흘리는 미확인 정보나 선정성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관행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미 테러사건과 보복 공격 보도에서도 지나친 외신 의존과 미국 중심적 보도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라크가 왜 이렇게 격전을 벌이는지 그쪽의 입장을 들어보고 약소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정보소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저널리즘비평> 91년 여름호 좌담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지금도 탈레반을 비롯한 아랍권 움직임을 균형있게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신문과방송> 91년 3월호에서 윤영철 교수는 “서로 경쟁하듯 첨단 무기에 대한 성능을 도표과 그림을 이용해가며 상세히 설명하는데 이런 기사는 전쟁의 기술적 측면만 부각시킬 뿐 민족적 역사적 배경을 간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추성춘 당시 MBC 해설위원도 “전쟁이 전자오락게임처럼 흥미위주로 다뤄졌다”고 말했다. 마치 게임을 보는 듯한 현란한 그래픽으로 전폭기와 지상군 규모 등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관행은 지금도 여전히계속되고 있다.
<저널리즘> 91년 여름호 토론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분쟁지역 전문기자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대안이 제시됐으나 여전히 분쟁지역 전문기자의 양성과 특파원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만 공허하게 되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