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만난 시민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헤즈볼라’를 지지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시각에선 테러집단이지만 아랍인들은 그들이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를 이해하고 동조하고 있었어요. 헤즈볼라의 활동은 ‘테러’가 아니라 민족과 생존을 위한 ‘무장저항’이라는 겁니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지하드, 테러리즘인가 이슬람성전인가’를 연출한 최태환 PD는 이스라엘에 대항하고 있는 3대 무장저항세력 중 하나인 ‘헤즈볼라’를 직접 취재하고 돌아온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최 PD는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인 페샤와르, 파키스탄내의 아프간 난민촌 등을 거쳐 레바논과 이스라엘 접경 지역인 파티마 게이트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대치상황, 남부 레바논내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등을 취재했다. 아랍인들이 왜 반미시위를 벌이고 아프간 공격을 반대하는지를 직접 만나 취재하면서 이번 미 테러사건과 보복공격의 원인을 짚어보자는 취지였다.
“파키스탄과 레바논 시민들은 반미감정이 엄청났어요.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와주고, 심지어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을 막아내고 중재해야 할 역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서방언론에 대한 반감도 극렬해요. 아랍인들의 피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최 PD가 헤즈볼라 지도부와 인터뷰를 할 수 있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헤즈볼라 요원들은 한국에서 온 취재진에 대해 경계와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고 미국이 대 테러전쟁을 선포하면서 자신들도 미국의 공격대상이라는 판단속에 극도로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최 PD가 헤즈볼라 주변 외경을 촬영한 테이프도 건물이 공개될 경우 이스라엘의 폭격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압수 당하기도 했다.
“미국의 시각이 아니라 아랍인의 입장에서 이번 미 테러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들의 배경과 원인을 살피고자 했다”는 최 PD가 열흘간의 현장 취재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에서 말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는 ‘반전’이었다. 미국의 시각에서 규정한 테러집단에 대해 폭력으로 대응한다면 결코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는 것, 확전을 막지 않는다면 중동과 미국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꼬여갈 것이라는 강한 우려다.
“이슬람 전문가도 아니고 이 문제를 계속 지켜봤던 것도 아니라 프로그램에한계가 많았습니다. 이 지역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연구해왔더라면 훨씬 더 깊이있고 폭넓은 취재가 가능했을텐데 아쉬울 뿐이죠. 우리 언론의 부족한 점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