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걸프전 실수 되풀이 말자"

[해외안테나]독일언론, 아프간 신중보도 돋보여

최은희  2001.10.13 00:00:00

기사프린트

미 테러사건 이후 유럽 언론에서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전쟁으로의 확산이다. 유럽 정계와 언론에서는 적이 테러리스트이지 아랍인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또 미국이 전쟁보다는 외교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 측면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있다.

유럽의 보도경향을 독일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바라보자면 대체로 10년전 걸프전 보도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공영라디오 방송인 WDR 5에 초대된 한 기자는 위기상황에서는 정확한 정보전달이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ZDF의 정규뉴스 진행자도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없음을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했다. ZDF는 10월 9일 긴급뉴스에서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공습으로 민간인과 유엔에서 파견된 인명이 희생된 것과 관련 비행기 포격이 빗나가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은 이번뿐만 아니라 걸프전 당시에도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비행기 공습의 무모함을 비판했다. WDR 5의 아침방송에 초대된 언론학자인 Peter Glotz는 유럽에서도 많은 부분의 뉴스를 CNN에서 받아 보도하고 있으나 CNN이 걸프전 당시 정부 선전기구의 역할 이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이번에는 가능한 상반되는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평가보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습 이후에도 독일 방송들은 전쟁 이외의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공습 중에 불가피한 민간인 희생자를 돕는 기금모금 등을 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인 ARD과 ZDF에서는 긴급뉴스에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프카니스탄 민간인임을 강조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있으며 공영라디오 방송인 Deutschlandfunk에서는 10월 10일에 ‘정말 전쟁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가’라는 주제로 토론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에서도 미국의 책임감과 신중함을 요청하고 전쟁이 테러사건을 해결하는 대답이 될 수 없다는 등의 의견들을 기획하고 있다.

독일의 전국지인 Die Zeit에서는 미국의 공습이 테러집단을 청산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반문하고 있다. TAZ에서는 미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증거물이 공개되지 않는 것을 꼬집고 걸프전의 경험으로 볼 때 미 국방성쪽에서 기자들에게 전쟁의 상황에 대해 정보를 주는 것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주간지인 Der Spiegel는 10월 8일자에서 미국의 Harpers Magazin의 출판인인 John McArther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내 현재의 언론상황이 대부분 과열된 애국심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비윤리적으로 낙인찍음으로써 공정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서는 특히 이번 테러사건이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는데, 테러사건 직후 ZDF에서 청소년들의 의견이 개진되는 토론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WDR 5에서는 매일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상황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Die Zeit에서는 테러사건과 관련해 전쟁 반대시위를 벌였던 청소년들의 정치의식에 대해 보도하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배출하지 못할 때 나중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애정어린 관심과 객관적인 정보를 적절히 전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