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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언론재단 <새로운 신문기사 스타일>

박주선 기자  2001.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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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피라미드 기사 “이해 어렵다”

필자시각 들어간 ‘관점형’ 선호도 높아



육하원칙에 따라 리드 부분에 사건의 핵심개요를 압축한다. 사건행위자의 설명, 주장, 행위가 뒤를 잇고 글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사소한 세부사항을 추가한다. 일반 보도기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역피라미드형 기사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사실상 많은 기자들이 별 고민없이 애용해 온 기사 유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재단이 발간한 연구서 <새로운 신문 기사스타일-역피라미드 스타일의 한계와 대안>은 이 유형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문조사·심층면접 결과 역피라미드형·정보형·서사형·관점형 등 4가지 기사 유형 중 역피라미드형은 가장 부정적인 반응과 평가를 받았다.

반면 관점형이 호감도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논리적이고 주장하는 바가 명확해서 사안에 대한 시비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관점형은 언론이 기존의 이벤트 중심적인 보도 패턴에서 벗어나 이슈 지향적인 보도로 돌아서야 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지향적인 기사형으로도 지적됐다.

연구서는 그러나 관점형을 가장 이상적인 스타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다. 독자의 성향, 기사주제, 독자 집단의 성격 등에 따라 스타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점형, 서사형, 정보형 등 세 유형을 대안적 기사 스타일로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 설명에 앞서 연구서가 분류한 4가지 유형의 개념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정보형은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둔다. 역피라미드형이 뉴스가치 순으로 중요한 사실들을 배열한 것이라면 정보형은 개별 정보들에 거의 동등한 수준의 가치를 부여한 역사다리꼴이다.

서사형은 문학적 글쓰기를 저널리즘에 응용한 형태이다. 문학적 글쓰기는 현실을 독자가 사용하는 언어와 문법, 지각방식을 통해 그대로 복사해내려는 시도이다. 사건의 핵심은 기사의 중간에 실리며, 구체적인 정황묘사로 현장감을 살리는 것이 가능하다. 또 독자의 감정이입과 몰입, 이해, 동조를 끌어내는 데 주안을 둔다.

관점형은 서사형과 달리 기사를 쓰는 필자의 시각이 들어간다. 관점형은 역피라미드형이 사실들을 단편적, 분절적으로 전달해 독자로 하여금 신문을 이해할 수도, 어떤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관점형은 글의 끝부분에서 결론과 논지, 주장을 제시하기 때문에 아래가 무거운 사다리꼴형이다.

설문조사는 올 6월 고려대학교 학생 307명을 대상으로 정치뉴스와 경제뉴스 1점씩을 4가지 스타일에 맞춰 재가공한 후 이해도, 호감도 등의 항목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5점 척도)으로 실시됐다. 또 심층면접은 18명의 학생에게 모든 스타일의 기사를 읽게 하고, 4개 스타일간의 차이를 지각하게 한 후 반응, 평가를 물었다.

분석 결과 관점형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기사 유형으로 평가됐으며, 역피라미드형이 상대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으로 나타났다. 역피라미드형이 가장 기계적인 느낌을 주었으며, 관점형이 가장 덜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관점형이 가장 시비판단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반면 역피라미드형은 가장 어렵게 하는 기사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기사의 공정성, 정보량, 몰입도 등에 대해서는 유형별 차이가 크게 없었다.

물론 연구서가 바람직한 기사 스타일의 전형을 제시해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기사 형식이 내용,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일부 확인시켜줌으로써 기자들에게 자신의 기사 쓰기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