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 임금인상 요구를 내건 파업과 동시에 신문 발행이 중단된 사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 신문은 재무구조가 탄탄한 송원그룹의 오너가 대주주이고 광주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은 신문사로 알려져 있다. 오너의 장남인 고경주 사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적자가 나는 기업은 시장논리에 따라 정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주인인 대주주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자유다. 누구도 이를 막을 권리는 없다.
우리는 그러나 광주매일의 사주측에 기업이기 이전에 ‘사회의 공기’로서의 언론사 경영에 과연 뜻이 있었는지,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자구노력에 최선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지난 5월 광주매일의 김윤석 기자는 이 신문의 모기업인 금광기업과 소송 중이던 여수시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의원면직됐다. 이 신문은 그 후 금광측이 참여한 여수시의 입찰 절차에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다뤘다가 결국 업체쪽의 주장만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는 이유로 여수시의 반론보도문을 실었다.
파업에 들어간 광주매일 노조는 모기업 내부의 문제는 차치하고 검찰의 비리 사실,국정원 직원의 단순 범죄행위도 사주와 친분이 있는 출입처의 문제라는 이유로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측의 부당한 기사 삭제 요구에 맞서지 못한 것에 대해 노조는 뒤늦게 사죄했다.
광주매일의 한 기자는 “내 이름은 일당 3만원짜리 노동자”라고 쓰고 있다. 어쩌다 여기 막장 인생까지 떠밀려오고 말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는 탄식했다. 정말 어쩌다 신문사가 인생 막장으로 비유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저널리스트도,샐러리맨도 아니다.”
시민의소리의 양근서 기자는 쓸 것(기사) 제대로 못 쓰고 받을 것(봉급) 제대로 못 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가리켜 광주지역 신문기자들이 이렇게 자조적으로 내뱉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역신문의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열악한 근로 조건은 비단 광주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설업 등을 겸업하고 있는 사주들의,신문을 이용한 이권 추구로 지역의 시장 질서는 흐트러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경제와 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대부분의 지역은 언론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제작방식도 지면도 지역신문들은 어설프게전국지를 흉내내고 있다. 지역의 문화적·사회적 조건을 담아내는 ‘풀뿌리 언론’으로서의 구실은 요원해 보인다.
제대로 된 지역신문이 전국지와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노르웨이·오스트리아 등이 도입하고 있는 신문 제작 지원 정책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언론학 교수가 제안한 지역신문간의 자율적인 통폐합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가 됐다.
어느 쪽이든 그 주체는 기자들이다. 지역신문 살아남기의 중심에 지역신문 기자들이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