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6일부터 신문 가판을 폐지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고를 통해 “한국 신문시장의 오랜 관행인 가판 제작은 신문사끼리 남의 신문을 베끼거나 외부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악용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며 “정확하고 책임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 가판신문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그 성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 신문발전을 위한 ‘진일보한 조치’라 생각된다.
현재 우리 나라의 주요 조간 신문들은 대략 3~5번 정도의 판갈이를 한다. 초판인 가판은 대략 오후 6~7시경에 발행된다. 이후 시간대별로 몇 차례에 걸쳐 일부 새로운 뉴스로 대체하며 판을 교체한다. 다른 신문가판에 게재되었지만 자사 신문가판에서 빠뜨린 기사도 새로운 뉴스의 부류에 속한다.
수 차례에 걸친 이러한 판갈이를 거쳐 아침에 배달되는 각 신문의 1면은 제목크기가 약간씩 다를 뿐 기사내용은 천편일률적이다. 이러한 경향은 신문편집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다른 신문 모방에 주력하다보니 지면 디자인에 ‘개성’을 부여하기도 힘든 것이다. 지하철 가판대에 놓여 있는 신문들을 보라. 여러 쌍둥이 형제들이 매스게임을 하는 것 같지 않은가. 각자의 개성은 버리고 남을 닮으려 하는 최종결과인 셈이다.
서구의 신문들은 대부분 한차례 발행으로 끝난다. 기사 마감시간은 자정 전후로 저녁 6시 이후에 발생하는 뉴스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전송시스템으로 인해 마감과 인쇄시간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였다. 한번 발행으로 모든 상황이 끝나는 만큼 각 신문사별로 편집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결국 아침에 배달되는 신문을 보면 나름대로의 개성이 넘친다.
서구 신문과 우리 신문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장점은 과감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한차례로 끝나는 신문발행은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다. 독자들의 요구에 맞는 기사를 배치하고, 개성적인 편집 디자인을 할 수 있으며, 제작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판 폐지 이후의 중앙일보의 지면은 아직 이전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가판이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나머지 판수는 그대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기자들의 노동환경-판매시장의 변화 등을 고려해 이러한 ‘과도기’ 체제가 당분간 지속되리라 생각된다. 다른 조간 신문들은 가판 폐지에대해서는 서둘러 ‘모방’을 않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조치가 성과를 거두는 시점이 되면 다른 신문들도 이에 따르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