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 “당장 작살내겠다. 국세청 상속세로 뒤집어버리겠다”, “언론사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조선, 동아, 중앙은 길길이 날뛸 것”이라는 등의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차장이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라는 책에서 언급한 이같은 발언들은 정부가 ‘조세 정의’를 내세우며 실시한 98년 보광그룹과 세계일보, 올해 언론사 세무조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이번 파문이 정기간행물법 등 언론 관련법 제·개정 일정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아울러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수석 등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일부 언론에 노골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언론사 세무조사로 이어졌다는 점이 부각된 상황에서 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청와대측은 오홍근 대변인이 “사실과 다르다”고만 언급했으며 민주당은 25일 “일부 언론이 언론개혁 필요성은 거론하지 않고 정치적 의도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논평에서 “세무조사가 조세정의 구현이라는 정부 주장과는 달리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언론탄압임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정부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적 의도만 부각시켰다는 여권의 지적으로 이번에 불거진 청와대 관계자들의 언론인식과 세무조사의 의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덮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신문사 기자는 “공개 시점이나 보도의 문제 등을 거론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곁가지 논쟁이라고 본다. 일차적으로 진상규명과, 발언내용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에 대한 응분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서 거론된 당사자들의 공식 해명, 문책 요구와 함께 이번 일로 언론개혁의 애초 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희용 연합뉴스 여론매체부 기자는 “한겨레가 아닌 다른 언론사 기자가 썼다고 해도 문제는 문제”라며 “세무조사를 둘러싼 청와대 인사들의 발언이 드러난 만큼 거론된 당사자들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세무조사가 양면이 있다는 점은 그동안 지적해왔던 사안”이라며 “언론탄압이라는 한 측면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해도 다른 한 부분은 여전히남는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탄압을 주장하며 자율개혁을 강조한 언론들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한 일은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자사 이기주의 심화, 신뢰도 하락 등의 문제는 세무조사와 별개의 것이다. 언론개혁의 취지 자체가 퇴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