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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헤드라인·사진 과다사용…선정 보도 심각"

언론재단 시사포럼 '전쟁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서정은 기자  2001.10.27 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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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공격 관련 미 NYT와 한국신문 1면 비교





미 테러사건과 아프간 보복공격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미국 의존적이라는 지적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24일 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시사포럼 ‘전쟁보도 무엇이 문제인가’에는 각 언론사 현업 국제부장과 논설·해설위원들이 참가해 선정성, 과장성, 외신 의존, 국제 전문기자 부재, 보도통제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특히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박홍원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한국 신문들의 1면 구성 및 제목 크기·내용을 비교·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연구위원은 조선 중앙 경향 한겨레를 중심으로 1면 지면구성을 살펴본 결과 미 테러 사건 이후 우리 신문들은 일제히 큰 활자의 전단 헤드라인과 극적인 사진의 과다한 사용 등 미국 신문보다 더 선정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제목달기에 있어서도 뉴욕타임스는 중요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서술형 제목을 뽑고 있으나 우리 언론은 인상에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자극하는 제목을 선호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9월 12일 “미국이 공격당했다” “테러의 날” 등 차분한 제목으로 테러공격과 관련한 정치 경제 군사 국제 문화적 이슈들을 총망라해 다양한 심층보도를 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같은 날 “사상자 수만명 이를 듯”(중앙) “수만명 대참사”(경향) 등 인명손실에 대한 추측제목을 사용, 정확성 결여와 함께 흥미끌기라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뉴욕타임스에서는 전쟁 개시를 예상하는 제목을 발견할 수 없으나 우리 언론은 한발 앞서 갔다고 지적했다. 9월 13일 “미 대대적 보복공격 태세”(조선) “미 테러응징 전운고조”(중앙) 14일 “미, 수일내 보복공격”(경향) “미, 수일내 불시 보복공격”(한겨레), 15일 “미, 전시체제 돌입”(조선), 16일 “미 공격 3∼4일 늦출듯”(한겨레)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언론의 관심은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보복공격이 개시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1면 구성과 제목을 보면 우리 언론이 미국 매체인지 한국 매체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며 “관찰국 입장에서의 균형있는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이해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이번 전쟁보도에서 불거진 각종문제점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됐다.

윤재석 국민일보 국제부장은 “테러나 전쟁이 터지면 일제히 신문 지면을 도배질하고 뉴스 시간을 과도하게 배정하는 보도태도에서 벗어난다면 무리한 외신 인용으로 인한 과장 보도를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훈 KBS 국제주간은 “현재 우리 보도는 현장 스케치와 외신 인용이 대부분으로 알맹이가 없다”며 “풀제를 활용하면 불필요한 취재경쟁을 막고 정보 부족 현상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인용 MBC 해설위원은 “시청률과 발행부수라는 양적 경쟁 때문에 이번 전쟁보도에서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가 심각했다”며 “보도에 대한 질적 평가기준을 세워 공정하고 심층적인 보도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