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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쌀 관련 언론보도 할 말 있다

농민시름 제쳐두고 해마다 '풍년 보도'

기고  2001.10.27 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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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내 평생 쌀 못 팔아먹은 적은 농사짓고 처음이다.” 요즘 농촌 어른들의 말이다.

올해처럼 쌀값 폭락으로 농촌이 어려운 적은 없었다. 그 동안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이 개방돼 가격폭락에 시달리는 가운데 그래도 쌀만큼은 가격이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2004년 WTO 쌀 재협상을 앞두고 추가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며 쌀값 폭락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주곡인 쌀도 시장기능에 맡기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농민들은 과연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올해 쌀 문제는 단순히 가격하락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우리 농업 최후의 보루인 쌀마저도 개방위기에 몰려 마지막 목줄이 죄여 오고 있다. 한국 농업의 위기가 쌀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고 있으면 답답할 따름이다.

정부가 ‘풍년’이라고 발표한 것을 중계 보도하는 정도일 뿐 농업·농민문제와 관련한 기사는 평상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핵심 안보산업임에도 말이다. 그나마 올해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나 한두 번 보도가 된다.

그것도 일단 정부 대책의 홍보에 치중하거나 농민 시위 등 현상적인 부분을 보도하는 수준이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건만 문제가 대두되자 정부정책 홍보와 언론에서 구미가 당기는 이벤트, 예를 들어 ‘논 갈아엎기’, ‘벼가마 불태우기’ 등이 있으면 단순 보도하는 차원에서 그치고 있다. 종합적으로 바라보며 심층 기획 취재하는 경우는 진짜 드물다. 오히려 최근 KBS 등의 ‘고품질 쌀이 대안이다’ 등의 보도처럼 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보도형태마저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해 국민적 여론을 환기시키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문제를 호도하고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고 있지 못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농업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언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