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언론사 등을 출입하는 정보요원, 이른바 ‘관선기자’들의 문제를 지적하는 칼럼을 게재하자 ‘관선기자’들이 “기사를 빼달라”고 항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신재민 한국일보 사회부장은 25일자 ‘관선기자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적인 정치를 하겠다면 관선기자들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들의 언론사 출입 등 ‘비정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비판했다.
24일 오후 칼럼이 실린 초판이 발행되자 국정원의 언론단장, 한국일보 담당 직원 등은 한국일보 편집국장, 신 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일보가 이럴 수 있느냐”며 칼럼에 대한 항의와 삭제를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오후 11시께 야근국장에게 한 차례 더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기사빼기’ 로비는 실패로 끝나고 ‘관선기자들’이라는 칼럼은 25일자 시내판에 실렸다.
신 부장은 이 칼럼에서 “사회부 데스크를 맡은 뒤 국정원, 경찰, 기무사 등에서 ‘한번 봅시다’라며 ‘협조요청’을 해왔다”며 “내가 이들과 접촉했던 경우를 보면 신문에 무슨 기사가 나는지 알려고 노력하거나 자신이 속한 기관에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빼달라고 요구하는 등 법에 정한 활동을 한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신 부장은 또 “신문사 경영진이나 주요 간부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도 이들의 주요 관심사인 것 같다”며 “이같은 일은 독재시절의 관행을 그대로 좇는 사찰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 부장은 칼럼을 쓴 동기에 대해 “최근 김홍일 의원의 사건을 보면서 김 의원의 동향을 파악한 제주경찰청의 행동 역시 사실상 사찰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은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칼럼을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