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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영호 심사위원  2001.10.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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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부산 아시안게임 굴욕적 이면계약’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한국 ‘이용호 무혐의 처분 의혹’ 특검제 도입 필요성 재논의 계기 호평





133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9개 작품이 출품됐다. 평소보다 10여편이 적게 출품된 것은 미국의 9·11 테러참사로 인해 국내기사의 보도지면·시간이 제약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작품성이 뛰어나 평소와 비슷한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부문별 수상작은 ▷취재보도 한국일보의 ‘이용호 무혐의 처분 의혹’ ▷기획보도 부산일보의 ‘한국인 아닌 한국인 해외입양인’, 세계일보의 ‘무너지는 의료체계 심층해부’, ▷지역취재보도 국제신문의 ‘부산 아시안 게임 굴욕적 이면계약-볼모성 2000만 달러 예치’ ▷지역기획보도 여수MBC의 ‘21세기 웅비의 메트로폴리스’ ▷전문보도(사진) 연합뉴스의 ‘추수포기 농민시위’ 등이다.

국제신문의 ‘부산 아시안 게임 굴욕적 이면계약’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작에 선정됐다. 부산 조직위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불평등계약을 맺은 사실을 심도있게 고발함으로써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부산 조직위가 일종의 이행기금으로 2000만 달러를 외국은행에 예치하는 이면계약의 내막을 밝혀낸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예치금을 몰수한다는 단서까지 있다니 굴욕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취재원이 국익을 이유로 집요하게 보도자제를 요청했는데도 기사화하여 개가를 올린 작품이다.

국제신문 보도에 뒤이어 문화일보가 부산 조직위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통해 불평등계약의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알려졌고 중앙언론이 이를 인용보도함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기사는 감사원이 이 계약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발한 수작이나 보도시점의 차이로 수상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국일보의 ‘이용호 무혐의 처분 의혹’은 검찰의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준데 이어 정기국회를 대치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단순한 금융비리로 출발했던 이 사건은 관련기사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특정 지연·학연이 얽힌 유착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특별감찰본부까지 구성했고 결국 검찰간부 3명이 옷을 벗는 사태로 발전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특별검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취재보도부문에서 SBS의 ‘엉터리국가 통계’는 의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수상의 기회를 놓쳤다.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냉철한 분석을 요구하는 기사라 관심도에서 밀린 듯하다. 실질임금 상승률을 산출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아닌 생산자물가를 근거로 하여 계산했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결국 임금상승률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의도성이 게재됐을 개연성을 지적했다.

부산일보의 ‘한국인 아닌 한국인 해외입양’은 노르웨이에서 열린 세계 한국 입양인 대회에 참석하여 입양인이 안고 있는 현실과 고민을 다각적으로 다루었다. 막연히 불쌍하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15만명에 달하는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원하는 자세를 촉구했다. 아울러 국내 입양을 촉진하기 위해 선진국의 입양정책을 비교하여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해외입양 문제라면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도 무관심하다. 이 점에서 부산일보의 현지취재는 돋보인다.

세계일보의 ‘무너지는 의료체계 심층해부’는 의약분업이 의료체계에 미친 영향과 여기서 야기된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다.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으로 연간 4조∼5조원의 비용이 낭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약분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고갈 못지 않게 진료품질 저하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는 자연-환경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 4점이나 출품돼 작품성을 평가하는 데 고충이 컸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고백이었다. 결국 여수MBC의 ‘21세기 웅비의 메트로폴리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을 묶어 광역도시로 개발하자는 제안이다. 지방언론이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의제는 제한적이다. 이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연합뉴스의 ‘추수포기 농민시위’는 높은 평점을 얻었다. 순간의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취재일정이 숨가쁘다. 논바닥을 누비던 행색으로 국감장에 나타나 곤혹을 겪는가 하면 도청 담장에 올라가 취재하다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몸보다는 카메라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그래서 아픔의 현장이 여러 신문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