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위성방송이 수신기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채 본 방송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등 방송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강현두 사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연내에 들어가기로 한 본방송을 내년 3월로 미루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출범 당시 발표한 10월 본방송 방침에서 두 차례나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사실 이번 본방송 연기는 이미 지난 3∼4개월 전부터 방송가에서는 예고돼왔던 것. 그러나 10월초까지만 해도 이같은 우려에 대해 ‘연내 본방송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던 KDB가 갑작스레 연기 발표를 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본방송 연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신기 보급 문제. 수신기 제조업체에서는 당초 약속대로 12월15일까지 수신기를 보급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1월 중순은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외에 PP들의 준비 미흡도 또 하나의 요인. 현재 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PP 중 4∼5개 채널은 투자 유치 등을 못해 사업을 포기할 처지에 놓여있다.
더 큰 문제는 콘텐츠 차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내년 본방송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60개 채널 중 25개 채널은 케이블TV와 중복된 채널이고 나머지 35개 채널 대부분도 기존 케이블TV와 유사한 장르여서 별다른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 또 DSM에 비해 공공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채널 대부분을 연예, 오락 중심으로 채운 것이나 지상파, MPP위주로 채널사업자를 선정해 신규 PP육성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다큐, 여성, 어린이 등의 장르는 오히려 케이블TV보다 채널수가 적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PP의 경우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 문제 역시 지역방송사의 반발로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프로그램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KDB 공희정 홍보부장은 “영화, 스포츠, 음악 채널 등을 케이블에 비해 세분화돼있고 정보채널 중 뷰티, 건강, 벤처, 농어민, 시민채널 등은 케이블에는 없는 것들”이라며 “장르의 구성이 케이블과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콘텐츠 현황이 엄청나게 새로운 것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