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한나라당은 선거 이후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에서 물러나 특검제 실시로 가닥을 잡았고 백궁·정자지구 의혹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가 사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언론 보도도 마찬가지다. 지면을 달궜던 의혹 보도들은 후속보도를 찾기 힘들고 한나라당 처신에 대해 몇몇 ‘눈 흘기기 식’ 보도를 내오는 정도다. 한차례 ‘바람’이 지나자 되돌아오는 것은 여운환씨, 성남시 등의 언론사 상대 소송이다.
한나라당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지난달 26일 총재단 회의에서 “가능한 불필요한 정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해 나가야 된다”면서도 “현 정권의 비리와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계속 밝혀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한 기자는 “선거가 끝나자 각종 의혹 보도들이 사라진 것은 언론이 야당의 폭로 중계에 급급했다는 반증”이라며 “뒤늦게 ‘왜 더 이상 말이 없냐’고 지적하는 것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양상은 특히 백궁·정자지구 보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선거 이후 10개 일간지의 관련 보도는 10건이 채 안된다.
이 사안을 취재했던 한 기자는 “현지에 내려왔던 대부분의 기자들이 철수했고 현재로선 시민단체 움직임만 주시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보도 경쟁이 불붙었을 때에는 여러 기자들이 데스크에 채근 당하기도 한 것 같은데 이제는 기자들도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언론이 결국 정치권의 정략적 폭로 공방에 이용당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계좌추적 등 수사권이 없고 정보공개법도 활성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진상규명의 책임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는 “당사자가 부인할 경우 입증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못쓰는 기사도 많다”며 “언론이 의혹 제기라도 하지 않으면 그냥 묻혀버릴, 공인을 둘러싼 사안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언론이 특별취재팀 구성 등 사안 별로 진상규명에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의혹 폭로→중계 보도 양상만 결론 없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데 있다.
김창룡 인제대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제기된 의혹은 취재단서가 되는 것이다. 언론이 정치인의 입이 아니라 팩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가 형사 관련 사안을 1단으로만 보도해도 그 당사자는 구속된다는 게 정설로 되어 있다. 이미 엄청난 자료와 팩트를 축적해 놓았다는 것”이라며 “사실 확인 없는 경쟁적인 보도 관행을 계속한다면 언론의 신뢰도만 타격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