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직전 봇물을 이루던 갖가지 ‘의혹보도’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이용호 게이트’ ‘백궁·정자 지구 특혜’ ‘대통령 아들 휴가에 검찰고위간부 동행’ 등 사안에 따라서는 정권은 물론 국정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가져올 것들이었다. 이들 의혹보도는 대체로 야권에서 문제제기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쓰는 형식으로 계속됐다. 의혹보도 시리즈는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연일 주요기사로 지면과 화면을 도배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결론과 결말이 없다. 다른 사건이 터지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잠수’ 하고 마는 것이다. “혹시 이번에는” 했던 기대는 역시나 “의혹은 의혹에 머물 뿐”이다. 실체규명과는 매번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면하지 못한다.
우리는 의혹보도와 그에 따른 후속보도의 부재와 관련해 다음 몇가지 점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같은 의혹보도 양산으로 독자·시청자들의 언론매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번 반복되는 ‘결말없는 보도’에 대해 독자와 시청자들은 믿음을 거둬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점 기자와 언론사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또는 진실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던 “그거 신문에 났던데”란 표현이 더이상 같은 뜻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둘째, 기자의 ‘진실추구 정신’이 갈수록 약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팩트 하나를 찾기 위해 몇날 몇밤을 새던 모습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몇년새 언론은 문제제기만 하고 그 결말과 대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경향이 커가고 있다. 이른바 ‘냄비언론’의 속성이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중국동포들의 삶의 현장을 최근 또다시 속보형식으로 집중보도한 한 일간지의 태도에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바란다.
셋째, 정보접근의 한계가 여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검찰이나 청와대, 국가정보원 등 이른바 권력 및 정보기관에 대한 취재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보흐름이 왜곡 또는 제한적으로 이뤄져 진실규명에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사안 발생때, 공동취재단 구성을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정보접근이 어려워 진실 규명을 못했다고 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할 뿐 언론인이 취할 태도는 아니기때문이다.
넷째, 이번 의혹보도들은 야당이 폭로하고, 조·중·동 등 이른바 ‘친야·반여’ 입장에선 신문들이 이를 확대재생산한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특정신문이 특정정치집단 편에 서서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당시 의혹보도를 주도한 매체들이 지금이라도 ‘보도 그후’ 를 추적해 보도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