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따르면 송 사장은 30일 열린 정기 노사협의회에서 편성규약 제정을 촉구하는 노조 대표자들에게 “경영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노조가 방송경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편성에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편성규약 제정시 노조와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박수택 SBS 노조위원장은 “편성규약을 제정하는 취지는 정치권력 등 각종 외압에 의해 방송이 좌지우지돼선 안된다는 것”이라며 “결국 방송독립성을 확보해 시청자에게 좋은 방송, 공정한 보도를 하겠다는 약속인데 이를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사가 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송 사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SBS 내부에서는 회사가 편성규약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편성권은 경영권의 일부이며 사장에게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송 사장의 왜곡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국 한 기자는 “편성권은 사장에게 귀속되는 게 아니라 취재·제작종사자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며 “기자협회와 PD협회가 편성규약 제정 논의의 주체로 노조에 대표권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노조와 합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제작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MBC의 경우 지난 9월 노사 합의로 편성 규약을 제정했고, 보도·제작·편성 부문의 차장급 이하 사원 8명과 노조 간사 2명 등 10명으로 구성된 편성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현업자들의 제작자율성을 크게 보장하고 있다.
SBS는 지난 5월에도 노조와 협의없이 편성규약 제정을 위한 사원 대표자를 선임하려다 노조의 강한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이 결과 편성규약 제정을 위한 노사 공동 실무협의팀이 구성됐으나 지금껏 두세번 회의를 가졌을 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