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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3만명 도민이 공산폭도라니…"

제주 4·3 단체 월간조선 소송 추진

김상철 기자  2001.1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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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10월호 여순사건 관련 기사 등에 대해 제주 4·3관련 단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4·3유족회(회장 이성찬)는 지난달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하고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연대회의(상임공동대표 양금석·4·3연대)와 함께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소송비용과 공동변호인단 구성 문제를 논의 중이며 4·3유족회는 다음주 임원회의와 지역별 지회장 회의를 거쳐 참여자 서명을 받고 소송제기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4·3단체들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월간조선 10월호 여순사건 관련 기사에서 4·3사건의 성격을 규정한 내용들이다. 월간조선은 이 기사에서 한국전쟁사를 인용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5·10총선을 반대하라는 북의 지령을 받은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무장폭동’으로 규정했다. 또 인터뷰 기사에서 기자 질의를 통해 ‘제주 4·3폭동은 유엔의 결의에 의해 남한 단독정부를 수립하려는 5·10선거를 반대하라는 북의 지령에 따라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월간조선은 지난해 2월호에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개탄한다’, ‘제주4·3사건의 본질을 다시 말한다’는 이진우 변호사와 이현희 교수의 기고를 게재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기고문에서 “4·3특별법은 공산폭도들에게 면죄부와 함께 사랑의 꽃다발을 안겨주었고, 이들의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피와 땀 그리고 생명을 바친 대한민국 국군, 경찰관들에게는 ‘무차별 양민 대량학살’이라는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교수도 “제주도 4·3사건은 이승만과 한민당을 타도하고 민족통일의 명분을 내세워 공산화를 꾀하려는 남로당의 책동에 의한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4·3연대는 월간조선 10월호가 발행된 직후인 9월 28일 성명을 내고 4·3역사 왜곡에 대한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며 월간조선과 조선일보 구독 중단,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4·3연대와 신문개혁국민행동제주본부가 ‘4·3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도내 공공기관의 조선일보 구독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4·3연대측은 “4·3은 당시 제주인구의 9분의 1에 해당하는 3만명의 주민들이 학살된 사건”이라며 “특별법 제정에 따라 현재 접수된 희생자 수만도 1만여명이 넘는 이같은 참사를 북의 지령을 받은공산폭동으로 모는 것은 도민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지훈 4·3연대 공동대표는 “도민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노력으로 4·3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 월간조선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4·3을 공산폭동으로 규정한 논지의 기사를 실었다”며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도민들의 공분이 모아져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