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님! 부디 경쟁교육보다 인성교육을, 일부 부유층을 위한 교육보다는 전체 국민을 위한 교육, 그래서 교육을 시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국가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저희들의 충정을 이해해 주시고, 뜨거운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는 ‘연가투쟁’이라 불린 전교조 교사들의 여의도 집회를 나흘 앞둔 지난달 23일 전국교직원노조 이수호 위원장이 각 언론사 논설위원들 앞으로 띄운 편지의 한 대목이다.
“우리 교육을 아끼는 간곡한 마음으로 몇 자 올린다”고 시작되는 편지는 현 정부 교육철학과 이에 근거한 정책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교조 교사들이 왜 집단 연가를 신청하고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언론은 전교조 위원장의 ‘간곡한 부탁’에 아랑곳 않고 전교조 교사들의 지난달 27일 집단연가와 여의도 집회를 전후해 주로는 교육부의 ‘대량징계 방침’과 견주어 ‘정면 충돌’, ‘갈등 확산’, ‘대혼란’ 등의 표현을 쓰면서 갈등상에만 관심을 집중했다.
이런 언론의 보도태도와 관련해 전교조의 이경희 대변인은 “언론은 왜 교사들이 연가를 내고 거리로 나서야 했는지 그 이유나 주장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성과급 반납 등과 관련해 교사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로까지 평가하는 것을 보면 착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부 정책에 반발, 집단행동에 나섰고 이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방침을 경고하고 나서 마찰을 빚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언론은 현상 전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런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법 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집단연가 이후 전교조와 교육부간 논란을 진단하는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이 역시 쟁점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칠 뿐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관련 사설들의 경우도 전교조 교사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있다”며 정부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해선 안된다”거나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비론적 태도를 취한다. 더불어 문제 해결책 제시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의 ‘훈계’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의 경우 전교조측은 정책자료 등을 통해 “정해진 수업을 일정대로받을 권리인 ‘수업권’과 학습권이란 용어를 혼동해 사용하는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학습권의 핵심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라고 할 때 경제 여건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차별을 초래할 정부 교육정책이 오히려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집단연가도 요일 변경의 방식으로 수업을 연가 이전 또는 그 뒤에 하도록 했기 때문에 “수업권 침해 운운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것이다.
서울 S중학교의 한 교사 역시 “자립형 사립고나 7차 교육과정 등이 시행돼 초래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를 사전 방지하기 위한 교사들의 행동을 더 크게 문제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